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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박사 Nov 14. 2022

25. 미국 한인교회의 새 가족 환영회

나는 이제 성도~

만박사의 메릴랜드 일기 25화


가족들이 차례로 flu를 앓아서 환자들 돌보느라 내가 심한 몸살이 왔다. 또한, 미국 동부 날씨가 오늘부터 겨울로 접어들었다. 바람이 강하게 불고, 이제 최저 기온은 영하로 떨어진다. 대충 해 먹어도 다섯 식구 뭐라도 챙겨 먹여야 하고 빨래도 해야 하고, 쓰레기도 좀 정리해야 하고 덜 한다고 해도 여전히 내가 하지 않으면 일거리만 쌓인다. 잠시 누워서 스스로를 충전했다가 금세 방전이 되고, 다시 눕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일요일 11시 예배를 보러 갔다. 인터넷 예배도 가능하지만, 걸어 나갈 기운만 있다면 가야 할 것 같아서 그렇게 했다. 개근상을 주는 것도 아니지만, 나는 뭔가를 하면 대충 하는 건 스스로가 맘이 편하지가 않다. 오늘은 힘이 없어서 찬양도 못했지만, 참석했다는 것에 의의를 부여하기로 했다. 대신 처음부터 끝까지 마스크를 열심히 쓰고 있었다.      



8번째 교회에 나간 날에 새 신자 교육을 받았다. 우리 가족 이외에 다른 나이 드신 부부와 함께 우리 교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교회에 대해서 문외한이라서 감리교, 침례교, 장로교 이런 종파를 잘 모른다. 교회에 계신 다른 목사님의 말씀으로는 감리교는 사회봉사를 중시하기 때문에 사회 현실에 적극적인 참여를 하고, 다른 종파에 비해 조금은 자유적이고 진보적인 성향이 있다고 설명해 주셨다. 그래서 우리 교회에서 노숙자 섬김이나, 요양원 사역, 한글학교 같은 활동을 매주 하는 것 같다.       



오늘은 9번째 교회에 나간 날이었다. 전교인 앞에서 호명되어 꽃다발도 받고 선물도 받았다. 교회 출입구에 개개인 이름이 적힌 이름표가 있는데, 내 이름이 워낙 특이하여 잊히지 않겠다는 장로님도 계셨다. 여러 교인들의 환영을 받으니 내가 굉장히 대단한 사람처럼, 꼭 필요한 사람처럼 여겨져서 앞으로도 꾸준히 열심히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매주 나오는 교회의 주보가 있다. 일주일간의 행사나 오늘의 목사님 말씀 등이 적혀 있고, 오늘의 예배 순서가 나와 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교회는 오아시스와 같은 곳입니다.”이다. 우리의 삶을 종종 사막을 여행하는 것에 비유를 하는데, 물이 귀한 사막에 오아시스가 있다면 얼마나 반갑고 귀한 안식처가 되겠는가. 이제 막 미국 이민 생활에 적응하려 하는 나의 삶과 유사한 면이 많이 있다. 이 교회가 나에게 시원한 한 줄기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되어 가는 것 같아서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그렇게만 생각하고 싶다.     


      

각자 예배를 마치면 맛있는 점심시간이 있고 지하 식당에서 아이들을 만난다. 교인들과 친교를 하면서 아이들은 식당 옆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 수 있는 시간이다. 오늘은 지난번 아들 결혼식을 치르신 권사님댁에서 많은 음식을 준비해주셨다. 잔치 분위기 나도록, 잡채, 부침이, 오징어무침, 나물 등등 입맛이 없었지만 많이 먹었다.           



우리 가족이 예배를 보는 장소가 다 다르다. 우리 부부만 본당에서 예배를 보고, 중학생 딸은 중등부 교실에서, 초등학생은 초등부 교실에서, 유아는 유아부 교실에서 따로 예배를 본다. 이번 땡스기빙 휴가 기간에 3박 4일 Youth KOSTA/USA라는 교회 수련회를 가는 중학생 딸은 벌써부터 준비물을 챙기고 난리가 났다. 엄마, 패딩을 가져가야 할까? 슬리퍼도 필요하겠지? 여행용 샴푸, 린스는 어디에 있어?, 핸드폰은 들고 가면 안 된다고 쓰여있어!, 우산도 챙겨 오래, 제일 작은 우산 하나 챙겨갈래!, 비상약도 챙겨줘야 해 알았지 엄마?     

오늘 캠핑장 가자고 부추기는 막둥이 남자 친구네의 유혹을 뒤로하고 집에 와서 쉬기로 했다.      



*8971 Chapel Avenue, Ellicott City, MD   교회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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