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30. 미국 초등학생의 일상

가장 늦게 집에 오는 초등학생~

by 만박사

만박사의 메릴랜드 일기 30화


오늘은 학부모의 마지막 참관일이 있는 날이다. 한국처럼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다 같이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며칠간의 기간 동안 시간 되시는 학부모들이 자유롭게 다녀갈 수 있도록 안배를 해놓은 듯하다. 나는 이날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차례로 방문했다.


미국에서 초등학교 5학년인 둘째 딸(한국에서는 4학년)은 언니에 비하여 적응을 덜 했다는 생각만 했는데, 오늘 학교에 가서 보니까 나의 걱정이 괜한 걱정임을 알았다. 영어 시간과 오케스트라 시간만 참관했지만, 다 알아듣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하는 모습을 보고 은근히 감동했다.

미국 초등학교 일상은 오전 7시 40분에 일어나서 8시 23분 스쿨버스를 타고 등교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929 버스의 마지막 탑승지에서 출발하므로 곧바로 학교로 도착한다. 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마스코트인지 칠면조인지 구조물이 있고, 덕지덕지 포스트잍에 뭐라고 적혀있는 글씨들로 가득하다.

이날도 교실 안으로 들어가기 위하여 visiting pass를 만들어 붙여야 한다. 기계에 내 신상을 입력하고, 사진을 찍으면 아래와 같이 프린트되어 나온다. 이것을 잘 보이게 상의에 붙이고 학교 안을 돌아다니면 된다. 지나가는 곳마다 학생들의 정성스러운 과제물인지 작품들이 벽에 붙여져 있었다.

세라의 교실 밖의 벽면에는 ‘베테랑에게 쓰는 편지’들이 붙어 있었다. 아이들이 작성한 것을 쭉 붙여놓았는데, 세라의 절친인 그레이스라는 아이는 정말 필기체도 너무 잘 쓰고, 어쩜 저렇게 교과서를 보는 듯이 또박또박 잘 썼는지, 그 엄마가 얼마나 열심히 잘 가르쳤는지 부러울 따름이었다. 아이의 교실 문을 열면 왼쪽에 사물함이 있다. 둘이서 하나를 공유하면서 아이들의 책가방, 외투, 준비물 등을 여기에 두고 생활하는 듯했다.

교실 안에 들어가면 역시 미국 학교임을 보여주는 성조기가 걸려있다. 우리 아이가 키가 크고 눈도 좋아서 그런지 책상은 맨 뒷자리에 배치되어 있었다. 여기저기 보면서 네가 만든 거 어디 있어? , 지금 뭐하는 시간이야? 말도 걸고, 세라 친구한테도 눈인사를 하게 되었다. 교실 밖에 잠시 용무가 있는 친구들은 저렇게 날짜와 이름, 시간을 적고 나갔다 오는 것 같다.


한쪽 벽면에는 classwork, homework, math class 시간에 제출해야 하는 유인물을 놓는 것도 보이고, 교실 안에 식수대가 있어서 먹고 싶은 친구는 아무 때나 가서 먹어도 된다. 한국에 비하여 참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학교생활을 즐기는 것 같다.

곧 12시면 오케스트라 앙상블 팀이 모이는 시간이다. 해당되는 아이들만 나란히 줄을 서서 오케스트라 교실로 이동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전교생이 저렇게 질서 있게 이동을 하는 것을 보고 한국과 약간 비교는 되었다.

음악교실의 내부는 음악교실임을 뜻하는 여러 그림이나 자료들이 벽에 붙여져 있었다. 아침에 들고 온 악기는 미리 이곳에 갖다 두고 교실로 이동하는지, 아이들은 악기를 들고 다니지는 않았다. 그중에 악기를 챙겨 오지 못한 아이들(셋 중에 한 명이 옆집 아들)은 그냥 뒤에서 지켜보고만 있었다. 오케스트라 감독님께서 여러 아이들의 악기를 튜닝해주면서 15분 정도 흘렀고 그제야 각자 악보를 보고 연주를 시작했다. 나는 이때 학교를 나와서 옆에 중학교로 이동했다. 1시에는 리세스 시간으로 신나게 놀고 1시 30분에는 점심을 먹고 2시에는 남은 1과목을 소화하고 집으로 오는 스쿨버스를 타고 하교를 하게 된다. 집에 오면 3시 45분쯤 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29. 미국 주부의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