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연말쯤 되면 보험회사나, 병원 등 다양한 기관에서 달력을 나눠준다. 그럴 때마다 다음 연도에는 어디쯤 긴 연휴가 있나 살펴봤던 기억이 난다. 미국에서는 한국업체들은 한국 달력(h mart, lotte mart, 한인병원, 한인여행사)을 나눠주고, 미국업체에서는 미국 달력을 나눠준다. 이 두 가지를 섞어 넣은 달력이 있으면 좋으련만, 아쉽지만 미국달력을 우선으로 보게 된다. 또한 중요한 날이긴 한데 쉬는 날인지 아닌지도 좀 헷갈린다. 그래서 나는 공립학교의 달력을 기준 삼아서 일정을 확인한다. 이번 연재는 한국과 미국의 공유일 국경일을 한번 비교해 보고자 한다. 참고로, 국경일은 국가적인 경사를 축하하기 위하여 법으로 정하여 온 국민이 기념하는 날을 의미하며, 공휴일은 공적으로 쉬는 날을 의미한다.
공통점으로는 특정일을(몇 월 며칠) 기념하는 날이 있고, 차이점으로는 한국은 음력을 기준으로 기념일을 챙기고, 미국은 몇 째 주 무슨 요일 이런 식으로 챙긴다. 한국의 부모님들도 음력 생일을 기념하시기 때문에 폰에 미리 저장하지 않으면 날짜를 그냥 지나쳐버릴 수 있다.
1월: 새해 첫날인 1월 1일은 양국 모두 같이 쉬는 날이다. 미국은 1월 셋째 월요일을 마틴 루터 킹 주니어 탄생일로 학교를 쉰다. 얼마나 위대하 신분이 길래 왜 쉬는 날로 정해졌을까? 이분은 흑인, 인권 운동사의 중심에 서있는 분이라 그 업적을 기린다고 한다.
2월: 한국은 음력 1월 1일 설날로 긴 연휴를 보낸다. 미국에서는 아시안 lunar happy new year이라면서 여기저기 축하 행사는 많이 하지만 쉬는 날은 아니다.
3월: 한국은 3월 1일 삼일절을 국경일로 한다. 국경일과 공휴일은 의미가 약간 다르다. 국가의 경사스러운 날로 5대 국경일을 기념하는데, 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한글날, 개헌절이 그날이다. 미국에서는 3월에 거의 쉬는 날이 없다.
4월: 한국은 음력 4월 8일은 부처님 오신 날로 공유일이다.
5월: 가정의 달로 알려진 5월은 한때 쉬는 날의 연속인 달이였었다(내가 어릴 적에는). 또한 어버이의 날이 있어서 부모님께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기도 했는데, 미국은 mother's day(5월), father's day(6월) 나눠서 기념한다. 한국은 어린이날인 5월 5일을 공휴일로 쉰다. 그 누군가의 말에 의하면 미국은 1년 내내 어린이날이라며 딱히 어린이날을 기념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National Children's Day라고 11월 21일로 있기는 하지만 쉬는 날은 아니다. 큰 행사는 하지 않는 듯하다. 5월의 마지막 월요일은 메모리얼데이(현충일)이며 이날을 기준으로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한다.
6월: 한국에서 현충일은 6월 6일이며, 미국에서는 6.19일을 노예해방의 날 혹은 준틴스 데이(Juneteenth National Independence Day)라고 한다. 실질적으로 노예가 해방된 날을 기념하며 최근 쉬는 날로 연방 공휴일이다.
7월: 한국에서는 7월 17일이 제헌절(Constitution Day of Korea)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들어보기는 했는데 잘 모르겠다고 한다.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 공포된 날을 기리는 날이다. 미국은 7월 4일이 독립기념일(19776년)로 매우 중요한 날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미국에서는 새로운 주가 연방에 가입하고 맞는 첫 독립 기념일에 별의 수를 늘리는 형태로 국기를 변경하는 날로도 알려져 있다. 한 달 전부터 마을 여기저기에서는 폭죽을 팔기 위한 간이 부스가 여기저기 설치된다. 이날 많은 사람들이 폭죽을 터뜨리는데, 사건사고도 많아서 나는 아이들과 사람 많은 곳은 나가지 않는다.

*맥도널드는 이날을 이렇게 기념한다.
8월: 한국에서는 8월 15일 광복절이 있다.
9월: 한국에서는 음력 8월 15일을 추석 연휴로 긴 휴가를 지낸다. 미국에서는 9월 첫 월요일은 노동절로 쉰다. 각 나라의 상황에 따라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9월 첫째 월요일, 뉴질랜드는 10월 넷째 월요일, 일본은 11월 23일, 유럽 · 중국 · 러시아 , 한국 등에서는 5월 1일을 노동절로 기념하고 있다. 우리 가족은 노동절에 폰을 만들었기 때문에 2년마다 교체하는 날로 정했다.
10월: 10월 3일은 개헌절, 10월 9일은 한글날로 미국 한인 사회에서도 큰 행사로 여겨진다. 아마도 한글의 중요성이 날로 급부상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미국에서는 10월 둘째 월요일이 콜럼버스 데이이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1492년 8월 3일 항해를 시작해 같은 해 10월 12일에 현재의 바하마 제도에 있는 산살바도르섬(추정)에 도착함으로써 처음으로 아메리카 대륙에 발을 디뎠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 날을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날이라 하여 매년 10월 12일을 콜럼버스의 날로 정해 기념한다.
11월: 미국에서는 11월 넷째 목요일을 추수감사절로 기념한다. 이날은 한국의 추석처럼 매우 긴 연휴로 생각한다. 추석에 송편이 빠지지 않듯, 추수감사절이면 대부분의 미국 가정에서는 오븐에 구운 칠면조가 상에 오른다. 추수감사절을 '터키(Turkey·칠면조) 데이'라고 부를 정도이지만, 나는 입맛에 맞지 않아서 챙겨 먹지는 않는다. 우리 아이들은 이 기간에 교회 수련회를 가서 한 번도 가족이 다 같이 모이지는 못한다. 어떤 박사님댁에 저녁초대를 받아서 갈 때는 셋째 아이만 데리고 간다.
12월: 성탄절로 12월 25일은 양국 모두 쉬는 날이다. 한국은 25일 당일만 쉬지만, 미국의 공립학교 학생들은 23일이나 24일부터 winter break라는 이름으로 11일 정도 쉰다. 보통 1월 2일에 개학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