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10월 31일은 오고 말았다. 한 달 전부터 핼러윈 코스튬을 사달라고 졸라대는 막둥이는 이 날을 너무너무 기다렸고, 친구들과 옷 맞춰 입기로 약속하고 만나러 가는 큰딸은 티는 안내지만 속으로 엄청 기대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둘째는 별로 반응이 없었다.
해마다 가는 동네가 있다. 큰아이의 친구가 그쪽에 사는데, 우리는 해마다 이곳으로 출동한다. 막둥이가 친구와 친구 언니까지 데리고 가자고 했고, 한국에서 지난주에 온 두 살 많은 언니까지 동참하여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아침에 출근하는 남편도 우리 집에 찾아오는 아이들을 위해 뭐 좀 사다 놓으라고 할 정도로 미국에서 핼러윈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즐기는 행사이다.
이 타운의 어르신들은 아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열심히 하신다. 그냥 마트에서 파는 mix 된 초콜릿이나 사탕을 바구니에 담아서 놓으면 아이들이 알아서 갖고 가기도 하지만, 일일이 개별 봉투에 정성스럽게 포장하여 하나씩 건네주기도 하고, 테이블과 의자를 준비하셔서. 오는 아이들마다 골라가라고 말씀해 주신다. 이것도 귀찮은 주민들은 그냥 1개씩만 갖고 가라.. 2개씩만 갖고 가라. 이렇게 메모지를 써두고 만다. 미국의 어르신들은 베풂과 나눔을 잘 실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옆집에 계시는 50대 한국인 부부들도 아이들은 다 커서 떠나고 없지만, 집 앞에 맛있는 것들을 준비하신걸 보니, 예전에 아이들이 받았던 초콜릿과 사탕을 이제는 돌려준다는 의미가 아닌가 싶다. 나도 20년 뒤에는 이런 아이들을 귀엽게 바라보면서 하나씩 나눠줄 것만 같다.
큰 아이들의 일당들은 미니언즈 복장으로 통일하여 9명이 모여졌고, 동생팀은 4명이 한 조로 움직였다. 안전을 위해 언니들 뒤를 졸졸 따라 다니게 했다. 한국에서 지난주에 온 아이는 이런 것을 처음 해봐서 그런지 무척 재미있는 눈치였고, 마녀 복장도 준비하여 입고 왔다. 우리 막둥인 sam i am 코스튬을 준비했는데, 이날 날이 더워서 모자 밑으로 땀이 흘렀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집으로 갔더니, 아이들이 젤리를 다 갖고 갔다. 빈 투명 바구니까지 사라졌다. 우리 마을에도 몇몇 아이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보았다. 내년부터는 남편보고 테이블과 의자에 앉아서 아이들에게 하나씩 건네주라고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