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먹어야 빠지지 먹으면 빠지냐.
칼로리 소모가 심한 글쓰기를 다이어트 보조제 삼아 다시 돌아왔다.
운동을 열심히 하거나 굶는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살을 빼지 못한다면 많이 슬플 것 같다.
내 인생 첫 다이어트가 몸뚱이만 고생시키다 끝나는 것을 원치 않기에, 다이어트를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했다.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 열량 섭취를 줄여야 한다. 가장 극단적인 방법은 아예 먹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살만 빠지는 게 아니라 생명력이 빠져나갈 수 있으니 실행할 수가 없다. 세끼를 먹어서 살이 찌니 두 끼를 먹기로 했다. 매일 먹었던 것은 아니지만 야식을 끊었다. 다이어트 5일 차에 들어선 지금까지 저녁 8시 이후로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야식을 먹지 않은지 2일 차에 신기한 경험을 했다.
저녁을 먹어 분명 배가 고픈 것은 아닌데, '먹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찬장에 거주하는 라면이 나를 부르는 환청이 들렸다. 치킨 배달 오토바이의 환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먹기 위해 사는 쪽이라기보다 살기 위해 먹는 쪽에 가까운데, 사는데 위협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 무언가 먹고 싶다고 느끼는 것에 이질감이 들었다. 순간 '이런 게 탄수화물 중독인가?'라는 섬찟함도 몰려왔다. 이 낯선 느낌 때문인지 그 이후로 야식의 유혹을 뿌리치기 쉬워졌다.
몸이 욕심을 부리는 것 같다. 그런데 다이어트에 대해 조금 더 공부한 결과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바로 몸에 지방이 쌓일수록 지방 세포에서 보내는 '배부르다'는 신호에 뇌가 무감각하게 반응한다는 것.(정확한 의학적 원리를 설명하는 것은 독자들을 배려해 생략하겠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식탐이 생겼었구나'
얼마 전 대만에 출장을 가서 유명한 식당 '딘따이펑'에 갔다. 점심을 부실하게 먹어 배고픈 상황에서 웨이팅 시간은 1시간. 절망적이었지만 그 전날 웨이팅을 참지 못하고 다른 식당에 가서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도중에 딘따이펑에서 우리 차례가 돌아왔다는 연락을 받고 아쉬워했기 때문에 그날은 끝까지 기다렸다.
대표 메뉴 샤롱바오(만두인데 겉은 부드럽고 속은 촉촉하고, 비싸다)를 비롯한 많은 양의 식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런데 숙소에 돌아오니 뭔가 헛헛한 느낌이 들어 챙겨 온 컵라면을 열고 스프를 부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렇게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고 또 먹는 음식이 컵라면이라니. 이런 이상한 몸뚱이가 있나. 이러니 살이 안 찔 수가 있었나. 이렇게 내 몸은 점점 배부름에 익숙해져 배부름이 보통이 되었고, 끊임없이 음식을 갈망하게 돼버린 것이었다.
요즘에는 욕심이 있어야 많은 것을 달성하고 부를 얻을 수 있다고 가르치지만, 내가 어렸을 적 부모님에게 배우기로는 욕심은 악이다. 다른 영역에서라면 모르지만, 내 몸과 건강의 관점에서 본다면 욕심은 악이다. 먹는 것에 대한 욕심은 내 몸을 병들게 할 뿐이다.
다시 정상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배부름이 보통이 되는 것이 아닌, 배부름이 배부름이 되고, 적당히 먹는 것이 보통이 되고, 굶주리는 것은 자주 발생하지 않는 그런 상태로 말이다.
야식을 끊는 것에 더해 저녁을 샐러드로 대체했다. 시중에 한 끼 식사 용으로 되어 있는 제품들이 많았고 그중에 딱 채소로만 구성된 샐러드를 선택했다. 샐러드로 식사를 대신하는 게 처음 있는 일이라 먹는 게 거북스러울 수 있을 것 같아 소스도 주문했다. 참 좋은 세상. 하루면 집 문 앞으로 배송된다.
생각보다 양이 많은 샐러드에 당황(감동)하고 샐러드를 먹었다. 양상추, 파프리카, 치커리 등의 풀떼기로 이뤄져 있는 샐러드 상자. 밀가루 러버, 고기 러버인 나에게는 제법 도전적인 식단이었지만 못 넘을 장벽은 아니었다. 포만감을 주지만 열량은 거의 없는 샐러드는 저녁에 활동량이 적은 나에게(그렇다고 낮에 많은 것도 아니다) 적합하다 생각했다.
저녁에 일찍 자는 편인데, 잠자리에 들 때까지 허기진 느낌은 받지 못했다. 이렇게 살을 찌게 만드는 주범인 탄수화물과 고열량 식품을 줄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언젠간 나도 예전 체중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
단 몇 주 만에 많은 감량을 하기는 어렵겠지만(그렇게 급하지도 않다) 몇 달안에 몇 킬로는 빠지리란 희망을 품고 잠자리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