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손댈 수 없는 무기력의 영역

by 허씨씨s

아주 잠깐이지만 국회의원을 가까이 접한 적이 있다. 국회의원 보좌관 활동을 해보며 청년들의 정치 참여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프로젝트였다. 다만 그 경험은 주최 측의 의도와는 다르게 내가 정치를 더 멀리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정치는 논쟁적인 주제다. 가급적이면 친한 사이라도 정치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하니까 말이다. 그러나 정치는 분명 중요하다. 우리가 속한 사회를 함께 구성해 나가는 과정이고, 집단적 의사 결정은 개인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정치 문화를 보면 그 나라의 성숙도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보면 어느 나라든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인상을 받는다. 극단적인 지지층에 의해 결과가 좌우되는, 양쪽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양상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러 정치집단을 보며 내가 느끼는 것은 이것이다.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 행동할 때 사람은 오히려 더 비이성적이게 되고 무책임해진다. 그리고 내가 기대하는 것은 좌와 우를 나눠 이야기하기 전에 상식선부터 지키자는 것이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하지만, 그전에 가운데에 몸통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겠는가.

나는 더 이상 정치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물론 투표는 항상 참여한다. 다만, 최악이 되지 않기 위해 그나마 조금 더 나은 차악을 고를 뿐이다. 언제쯤 이러한 상황이 개선될 수 있을까. 아마 내 노력만으로는 변하기 어려운 분야인 것 같다. 그래서 이 영역 앞에서는 종종 무기력을 느낀다.

내가 말하는 무기력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포기가 아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나를 소모하지 않겠다는 선택에 가깝다. 그리고 무기력이 분노가 되지 않도록, 정치에 대한 거리를 두고서 나를 더 잘 가꾸는데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정치가 어떻든 내 삶은 단 한 번뿐이고 계속해서 흘러간다. 할 수 없는 것에는 마음을 접어두고,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어쩌면 이는 각자도생을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럼 또 어떤가. 일단 나부터 지금 살아야, 그다음이 있고 다른 사람을 챙길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그저 체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에는 체념해야 할 것도 존재하고, 체념 이후에도 삶을 잘 살아갈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