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삶을 위해 철저하게 죽자.

by 허씨씨s

아침에 일어나면 조용히 앉아 "나는 금방 죽는다"고 서너 번 중얼거린다. 그러면 적어도 그날 하루는 덜 쩨쩨해질 수 있다. 나 자신을 번잡하고 부산스러운 곳에 두는 일을 그나마 조금 줄일 수 있게 된다. 급한 일보다는 중요한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사는 것이 이 모양 이 꼴인 것을 보면 나는 아직 덜 죽은 것이 분명하다. 더 철저하게 죽어 버려야겠다.

- 최진석, 『경계에 흐르다』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원근감과 관계없이 삶은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모든 삶은 죽음이라는 종착점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인생이 유한하다는 사실만으로도 삶은 충분히 슬프다.

필멸성이라는 삶의 근원적 비극성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처럼,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즉, 죽음으로써 삶을 보다 더 삶답게 만드는 것이다.

내가 언젠가 죽는다는 것을 의식하면,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이 기적임을 깨닫게 된다. 과거로 인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은 사라지고 오직 현재만을 살 수 있게 된다. 사소한 것은 사라지고 진정 중요한 것들만이 나에게 남는다. 역설적으로 죽음으로 인해 삶이 더욱 충만해지는 것이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을 영원처럼 사는 것이다. 그리고 나와 세상 그리고 삶을 더욱 사랑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온갖 시류에 휩쓸려 삶을 그저 낭비하고 있다면 더 철저하게 죽을 필요가 있다. 삶이 아닌 것을 모두 버리고 다시 새롭게 거듭나야만 한다. 그것이야말로, 삶을 위해 철저하게 죽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