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 않지만 확실한 행복
이제는 술자리가 있으면 대부분 와인을 마신다. 어느 순간부터 다른 술보다 와인에 더 빠졌기 때문이다.
처음 와인을 접한 기억은 만화책 <신의 물방울>이다. 당시에는 술을 못 마시는 나이였지만, 와인을 소재로 방대하게 펼쳐지는 다양하고도 깊은 세계와 이야기들에 매료되었던 것 같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국제와인자격증 WSET를 공부하기도 했다. 그리고 스스로 돈을 벌기 시작한 시점부터는 와인을 자주 그리고 꾸준히 마셨다. 종류가 워낙 다양해서 쉽게 질리지 않고, 알면 알수록 계속 더 탐구하고 싶은 마음이 커져갔기 때문이다.
와인은 마리아주라는 용어가 있을 만큼 함께 먹는 음식도 중요하다. 와인이 음식을 드높이기도 하고, 음식이 와인의 잠재력을 더욱 이끌어내기도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조합은 생선회와 샴페인의 콜라보다. 특히나 기름진 생선의 느끼함을 샴페인의 섬세한 기포와 산미로 정화시키면 정말이지 더할 나위가 없다.
음식뿐만 아니라 자리에 함께 하는 사람도 중요하다. 함께 마시는 와인에 대해 어느 정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좋고, 여러 명일수록 다양한 와인을 함께 즐길 수 있어서 더욱 좋다. 좋은 사람, 좋은 음식, 좋은 와인 3박자의 조합은 언제나 나를 가장 확실하게 행복하게 해 준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에세이집을 통해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말했는데, 어쩌면 나는 확실한 행복을 얻기 위해 많은 것을 감수해야만 하는 것 같다. 좋은 와인부터가 어떻게 보면 결코 작지 않다. 게다가 그 좋은 와인을 함께 마실만한 좋은 사람 그리고 곁들일 좋은 음식을 매칭하는 것은 생각보다 더 어렵다.
그럼에도 나는 여유가 될 때마다 와인을 쇼핑하고, 와인 셀러에 좋은 와인들을 쟁여 둔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나를 확실하게 행복하게 해 줄 바로 그 순간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