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식사를 마친 나른한 오후.
누군가는 의자에 기대어 눈을 좀 붙이거나 웹서핑으로 빈둥빈둥 보내는 틈새의 시간.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한가한 휴식이고, 누군가에게는 아주 귀중한 시간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공지를 냈다. 수요일 오후. 2층 카페에서 작은 음악회를 할 예정이니 참석하실 수 있는 분들은 모여 달라고 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오는데 벌써 삼삼오오 직원들이 카페로 모였다.
'어 반응이 꽤 괜찮네.'
얼마 전 소방서 사무실 공간 재배치를 하면서 자투리 공간을 이용해 갤러리를 꾸며 그림과 사진 작품을 걸었고, 음악을 들으며 편안히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카페도 만들었다. 직원들이 좋아할까. 아무도 호응을 안 하면 어떡하지. 한참을 망설이다 용기를 내 기타를 치는 직원에게 공연을 부탁했다. 그는 갑작스러운 제안에도 당황하지 않고 흔쾌히 수락했다.
버스킹도 하고, 봉사활동을 다니기도 하는데 동료들 앞에 서니 사뭇 분위기가 다른지 처음엔 긴장한 듯 보였다. 하지만 이내 목소리가 터지고 가끔 박수와 발장단 소리도 들렸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벚꽃엔딩'으로 시작했다. 맬로디가 쉽고 따라 하기 좋은 곳에선 관객들이 박수로 호응도 해주었다. 두 곡이 끝나고 가수가 구급대원을 지명했다.
"야 나와" 즉석에서 뜬금없이 지명된 남자 구급대원이 처음엔 극구 사양했다. 낯설고 자신 없는 데다 작고 가까운 무대여서 선뜻 나가기 두려웠을 것 같다. 그렇게 새로운 가수의 출현이 무산되려는 순간
"그럼 마이크만 줄게. 그 자리에서 그냥 해"라고 제안하자. 그건 아닌 듯싶었는지 용기를 내 무대 앞으로 나갔다. 졸지에 듀엣이 결성되었다. 윤도현의 '나는 나비'를 함께 불렀다. 경쾌한 리듬에 박수가 쏟아졌다. 즉석 듀엣이라 썩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모두 웃으며 즐겁게 흥얼거렸다.
공연이 끝나기 전 구급대원은 출동 지령이 떨어져 달려 나갔지만 첫 콘서트 치고는 평온하고 화기애애했다. 이마에 식은땀을 닦으며 자신 없는 목소리로 노래했던 대원이 다음엔 아마 자신 있는 곡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실력을 뽐내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웃고, 손뼉 치며 흥얼흥얼 서너 곡을 듣다 보니 뚝딱 점심시간이 끝났다. 짧았지만 유쾌했다. 첫 시도라 아쉬움이 좀 남는다. 그 아쉬움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다음의 몫으로 남겨두면 된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건 콘서트를 열었다는 것이니까.
소방서의 '어쩌다 콘서트'가 열리는 수요일엔 언제일지 모르는 현장출동의 두려움과 과거의 나쁜 기억들로부터 잠시 잠깐 해방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카페 이름도 공모해서 짓고 있다. 많은 직원들이 이름이 지어냈다. cafe orange, cosmos cafe, 쉼표, 봄, 화목, 도란도란, cafe in 119 등등.
복도엔 미술관 부럽지 않은 작품 사진과 도청 문화예술과에서 관리전환을 받은 미술작품을 걸었다. 자세히 쳐다보지 않아도 오며 가며 분위기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이미 직원들의 마음치료를 해주고 있지 않을까.
나른한 오후에 커피 한 잔. 잔잔한 음악. 한참을 봐도 좋고, 그냥 지나쳐 걷기만 해도 기분 좋을 분위기가 있는 그곳. 소방서의 '어쩌다 콘서트'는 또 다른 '어쩌다 가수'와 '어쩌다 연주자'가 많이 나타나 '한낮의 연애'같은 달콤한 추억이 만들어지는 곳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