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여행지에서 맞는 아침같아요
쳇바퀴 돌 듯 매일 똑같은 일상에 작은 돌멩이가 만드는 연못의 파문 같은 아침식사. 추운 날씨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강황가루가 들어간 노란 밥에 김치 된장국이나 두부가 들어간 어묵탕, 미역국을 먹는 아침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면 족하다. 휴일엔 무조건 여행지에서 만나는 아메리칸 스타일의 호텔식 조식이지. 여행을 계획하고 숙소를 고를 때도 기준은 조식이 있는 곳을 먼저 살핀다. 제공되는 식사 비용이 만만찮지만 잠자리에서 일어나 간단한 개인정비 후 식당에서 먹는 아침은 여유까지 담겨있어 좋다. 푹신하고 달콤한 빵과 신선한 샐러드, 스크램블, 따뜻한 우유에 시리얼을 곁들인 후식과 요구르트는 매일 만나는 고춧가루와 찝찔하거나 시원한 국물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분을 만들어 주기에 충분하다.
오랜만에 딸이 집에 왔다. 감염병이 창궐하는 위험지역을 통과해서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당장은 무사한지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사실인 좀 두렵기는 하지만 책과 사무실을 오가며 지친 나날을 보내다 집이 그리워 왔으니 맛난 걸 해주고 싶었다. 늦잠을 자고 있는 사이 아파트 단지 앞 빵집에서 단호박 식빵과 앙증맞고 보드라운 모닝빵 한 봉지를 사 왔다. 아보카도 피부가 검게 변했고, 제주도에서 어제 도착한 귤이 맛나게 반짝였다. 아홉 시가 넘어 눈을 뜬 아내와 딸을 위해 호텔식 조식을 차렸다.
커피를 가는 소리에 아무래도 잠이 깬 듯했다. 우리 식구들은 대체로 아침형 인간이라 벌써 잠이 깼지만 온수매트의 온기를 버리고 나오기 싫었는지도 모른다. 유리창 밖 날씨는 영하 16도로 내려가 성애가 얼어붙어 알래스카 얼음집을 연상시켰다.
계란 프라이를 하고, 식빵을 살짝 구운 다음 커피를 내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닝빵을 전자레인지에 돌려 따뜻하게 해서 접시에 올렸다. 완성이다. 글을 쓸 때 써먹으려고 사진을 찍으니 딸이 인스타 감성이란다.
"자기야 얼마 전에 브런치에서 동해로 간 부부 이야기를 읽었는데 그 사람들이 만든 게스트 하우스에서 이런 조식을 주면 사람들이 많이 가겠지. 나도 한 번 해 볼까?" 하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간단하고 단호했다.
"금방 망해"
"그 나이에 뭘 하려고 하지 마. 그냥 가만히 있어"
두 마디로 정리되었다.
마누라 말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하니 맞는 말이지 싶다. 여행을 못 가니 여행기분을 내면서 주말엔 꼭 호텔식 조식을 먹어야 한다. 여행엔 호텔식 조식이지.
그 기분 집에서 비슷하게 낼 수 있다
커피 향이 풍기는 식탁에서 음악을 들으며 먹는 아메리칸 스타일 조식은 내 스타일이다. 행복한 주말이 여행 기분으로 더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