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휴식을 위한 달콤 쌉싸름한
카페는 프랑스어로 커피를 카페라고 부르는데서 유래한 말로 간단한 식사나 차를 마시는 레스토랑이라고 한다. 요즘 우리 주변에는 이 카페가 유행이다. 예전엔 회식 후 2차, 3차를 갔지만 지금은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눈다. 술을 못하는 나로서는 참으로 다행스럽기 그지없다. 유명 여행지나 맛집을 검색하다 보면 풍경과 분위기 좋은 카페를 추천하는 글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여행의 트렌드도 이렇게 바뀌고 있다.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나 기타 음료의 가격은 한 끼 식사값과 비등하다. 어떤 때는 너무 비싸서 들어가기 망설여지는 때도 있고, 여럿이 움직일 때는 솔직히 부담이 가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같이 꽉 찬 일정으로 쉴 새 없었던 휴일에는 좀 다르다. 늦잠을 자고 일어난 것까지는 지난주의 바빴던 일상에 대한 보상이 충분했지만 오후부터 몰아 친 부모님 댁 방문과 처갓집 새 아파트 입주 준비로 서너 시간을 보내고 나니 휴일에 대한 기대가 꺾였다. 아침을 점심과 함께 먹고 난 후라 네 시가 좀 넘어서 배고픔이 스멀스멀 찾아왔다. 그런데도 밥보다는 알 수 없는 다른 뭔가가 필요했다.
휴식이 그리워졌다.
카페에 갔다. 창 넓은 유리창 밖으로 소나무 숲이 보이는 공원이 있고, 안락한 의자에 앉아서 티라미슈와 초콜릿 크림이 들어 간 커피번과 아포가토, 아메리카노를 테이블 위에 나란히 놓았다. 한참을 바라 보아도 그냥 좋았다. 코 끝에 닿는 향기와 귓가에 들리는 잔잔한 음악이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는 휴식의 모습이었다. 아마도 휴식을 그린다면 이럴 것 같았다. 하얀 향기와 보는 것으로도 침샘이 고이는 달콤한 것들로 인해 피곤은 벌써 멀리 달아난 듯했다.
얼마 전 종영된 미스터 선샤인 드라마의 여주인공들의 대사가 떠올랐다.
"이 쓴걸 왜 마시는 거요?"
"처음엔 쓴 맛만 나던 것이 어느 순간 시고 고소하고 달콤해지지요. 심장을 뛰게 하고 잠 못 들게 하고 무엇보다 아주 비싸답니다. 마치 헛된 희망 같달까요."
"하면 귀하는 헛된 희망을 파는 거요? 것도 비싸게"
"헛될수록 비싸고 달콤하지요."
드라마 대사가 오늘은 틀렸다. 커피는 헛되거나 비싸게 느껴지지 않았다. 휴일의 진정한 휴식을 선사해 주는 달콤한 케이크 한 조각과 커피 한 잔이 주는 의미는 바다처럼 넓고 컸다. 값으로 메길 수 없는 포근하고 느긋한 선물 같은 시간을 카페가 가져다주었다. 창 밖을 보며 하루를 속삭이는 대화를 했다. 휴대폰 노트에 꽃화분도 그렸다. 못 그리는 부끄러움 보다, 완성해서 그렸다는 것에 더 만족했다.
휴일, 카페에서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하루의 시간을 되돌아보고, 지난 일주일의 시간과 앞으로 다시 시작되는 시간을 준비할 수 있는 공간에 앉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순간 너무 행복했다.
고요한 밤이 되어 하루를 되짚어 보는 지금. 피곤했던 시간들이 마치 목욕 후 말끔해진 것 같은 새로운 기분으로 옷을 갈아입은 듯, 느긋하고 헐거워진 시간들로 치환된 후 다시 길로 나설 때의 순간을 떠올리니 웃음 난다. 좋긴 좋았었나 보다. 오늘의 시간과 기억이 카페 예찬으로 오래도록 이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