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영래 Nov 28. 2023

단양 정현숙배 탁구시합 출전기

주말 이틀을 탁구 치며 보냈다 

  한 달에 한 번. 기회가 되면 두 번까지는 다녀 볼 생각으로 꾸준히 탁구를 치고 있다. 전국 오픈이나 탁구장 리그전 중에 거주지 인근으로 바운더리를 정해 놓고 운동이 될 만한 시합에 출전을 해 왔다. 

이번주(11월 25~26)엔 단양에서 개최되는 제19회 단양 정현숙배 전국오픈대회에 참가했다. 대한탁구협회 여성연맹에서 주최하는 대회라 남자팀 경기가 많지 않지만 가까운 곳에서 열리는 전국오픈이라 중원의 숨은 고수들과 실력을 겨뤄 볼 좋은 기회였다. 


  강남부 개인전과 단체전 두 종목에 출전했다. 개인전 단체전 모두 예선은 25일, 본선 경기는 다음날에 열렸다. 동호회교류 전을 비롯해 단양근무하면서도 자주 갔던 곳이라 낯설지도 않았고, 인근지역 대부분 출전 선수들은 안면도 있고, 실력도 어느 정도 파악이 되어 있었지만, 전국적으로 유명한 대회라 원거리 타 지역에서도 매년 고수들이 많이 출전을 했고, 올 해도 그랬다.


  조별 명단을 보니 서울 동대문, 수원, 안양, 안산, 군산, 울산 등 전국 각지에서 출전한 선수들이 골고루 배정되어 있었다. 단체전은 수원, 안양, 울산팀과 겨뤄 전승을 거둬 1위로 상위부 본선에 진출했고, 개인전은 수원, 안산, 서울선수와 한 조에서 시합을 했다. 안산 선수가 기권하는 바람에 세 명이 시합을 했는데 모두 고수들이었다. 포핸드, 백핸드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실력자들이었지만, 뒷면에 롱핌플을 달고 디펜스를 주로 하는 내게 딱 맞는 전형들이었다. 결과는 전승으로 단식 역시 1위로 상위부 본선에 진출했다.

  다음날 9시부터 시작된 개인전은 한 번 지면 바로 탈락하는 토너먼트라 예선전에 비해 긴장감이 늘 배가 된다. 1회전은 쉽게 넘었는데, 2회전에서 만난 선수는 단체전에서 3번으로 출전해 우리 팀 선수를 꺾은 울산팀의 에이스였다. 세트 스코어 1:1 상황에서 2세트는 비등하게 점수가 진행되다 8:8 동점 상황에서 상대선수가 수비 역회전이 걸린 볼을 연달아 범실 하면서 무너졌다. 그 후 3세트는 손쉽게 이겼다. 16강과 8강전에서 수비전형을 잘 못 다루는 선수들이라 비교적 쉽게 넘었다. 대진 운이 좋은 탓도 있었다.

 

  어느 시합이건 입상권에 드는 4강전이 언제나 고비다. 상대선수는 분당의 고수였다. 예전 우리 회원과의 경기에서도 이겼다고 했다. 펜홀더 전형으로 드라이브나 백핸드가 강력하지는 않은데 내가 득점을 했다고 생각한 강력한 공격도 다 받아 낼 뿐 아니라 거의 모든 볼들이 꾸역꾸역 연결돼서 넘어왔다. 초반 2세트를 내줬다. 내 실력으로 이길 수 없는 경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패색이 짙었다. 

  테이블에서 경기하는 사람은 잘 모르는데 밖에서 보는 사람은 약점이나 장점이 잘 보이기 때문에 감독이나 코치가 필요한 법이다. 이왕 질 거면 수비로 넘어오는 볼을 다시 역회전이 없는 볼로 넘겨주기보다는 선제 공격하기로 패턴을 바꿨다. 응원하는 동호회원들의 조언도 비슷했다. 

  그러면서 3세트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내가 한두 점을 계속 앞서갔고, 결국 한 세트를 가져왔다. 밖에서 응원하는 회원들의 목소리도 커져갔다. 4세트는 비교적 손쉽게 이겼다. 완전히 승리의 분위기를 가져왔다. 5세트는 처음부터 3-4점을 계속 앞서갔고, 마지막에 8:6까지 좁혀졌지만 마지막 3점도 가져오면서 승리할 수 있었다.         

  드라마 같은 경기였다. 다리, 허리도 아프고 숨이 가빴지만 승리가 더 기뻤다. 결국 고비를 넘기고 3위에 안착했다. 곧바로 시작된 준결승전에서는 왼손 펜홀더 선수와 붙었는데 수비할 틈도 없을 만큼 볼이 빠르고 방향도 자유자재로 바꾸는 실력자였다. 나보다 한 수 위였고, 패배를 깨끗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한 시가 넘었는데 점심을 먹을 새도 없이 바로 단체전 경기로 이어졌다. 1회전, 2회전은 1번 단식과 2번 복식에서 모두 승리하며 4강에 들어갔다. 상금 25만 원을 확보한 상태에서 준결승에서 만난 상대는 4명의 선수들이 골고루 잘 치는 실력자들이어서 우리는 패했고, 결국 3위에서 멈췄다. 

참참참(참 좋은 사람들이 참 좋은 탁구를 치고, 참이슬로 마무리하는) 회원들과 3등 상금으로 소고기 회식을 했다. 지고 기분좋은 사람 없다고, 주말 이틀이 순식간에 지나갔지만 입상을 해서 그랬는지 어느 대회보다 즐거웠다. 귀가하는 길에 시합을 회상해 보니 경기를 이기고 입상을 한 것보다도 체력관리를 잘해서 이 정도를 유지하고 있는 내가 기특하고 고마웠다. 오랫동안 즐탁(즐기는 탁구)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더 철저하게 관리해야지. 

23년 단양 정현숙배 전국오픈 좋았어!     

작가의 이전글 영실(靈室);별곡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