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일치재를 넘으며

단종이 한양에서 유배를 떠나 영월로 향하며 넘던 고개

by 벽우 김영래

배일치재를 넘으며


구중궁궐도 이 고개만큼이나 어설프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마주치는 인적이 두렵기도 또한 같았습니다.

숙부님은 어찌하고 계시는지요?

어린 아내는 아직도 울고 있을까요?

천리를 내려오면서 본 저녁노을은 아직도 슬프기만 합니다.

어찌할까요? 어찌하지요

바위틈에 핀 들꽃도 솔새도 쳐다만 보고 마무말도 하질 않습니다.

이제 이 고개를 넘으면 지독한 어둠 속에 혼자 남겨져야 한다네요.

처음부터 분노란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만들었나 봅니다.

홀가분했지요.

그런데 사람이 보고 싶어지면 어쩌지요?

그리움을 풀어놓을 곳이 없을 것만 같아 무섭습니다. 그게 제일 무섭습니다.

이렇게 한번 해보겠습니다.

강물에, 돌에, 소나무에게 또는 멀리서 왔다가는 바람에게 얘기를 해 보겠습니다.


마지막 고개를 넘으며 북쪽하늘을 보고 절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꾸 눈물이 나는 건 자꾸 눈물이 나는 건,

보고 싶어서 보고 싶어서......

차마 소리를 내지 못하니 흐르기만 하는가 봅니다.



<주> 拜日峙재는 주천에서 연당 넘어가는 곳에 있는 고개로 현재는 터널이 뚫려 있어 찾는 이가 거의 없다.

고갯마루에는 단종이 유배를 가며 넘었던 재라는 작은 표지석만이 그 흔적을 지키고 있다.

옛 도로는 슬픈 역사의 기억을 지우려는 듯 무성한 잡초가 아스팔트를 잠식해 가고 있다.


<사람은 사람에게 기대어> 저자 김영래, 부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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