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같이 가만히

by 벽우 김영래

쉼은 시간 앞에서, 풍경 앞에서 가만히 있는 것이다.

똑같은 풍경이 무릎 아래서, 가슴에서, 눈 앞에서 정지된다.


구름 위로 햇살이 비치고, 구름은 맑고 하얘지다 급기야 투명해질까 두려워 살금살금 몸을 뒤척이다 이내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다. 가만히 있는 나만 알아차렸다.


다가가지 않으면 다가오지 않는 소나무. 그가 내어 준 그늘 아래 앉았다. 푸른 향기와 여유로운 곡선이 더 많은 사람들을 안았다.


눈부시게 파란 하늘을 이고, 천 년의 시간을 안고 아무렇지도 않게 덤덤히 서 있는 탑. 정지화면의 배경 속으로 가끔씩 들어오는 천 년의 발걸음에 귀 기울인다.

계절이 풍경처럼 뒤로 밀려가고, 또 다른 계절이 유영하듯 바람에 실려 유월의 향기처럼 폐부로 들어와 온 몸을 휘돌 때


가만히 있는 행복이 그림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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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들려오는 버스킹 가수의 정겨운 기타음 속 노랫소리가 애절하고 간절한데도, 그 느낌에 묻어나는 감정이 한가롭기만 하고,


걸음마를 배운 손자가 환하게 웃으며 걷는 뒤를 부지런히 따르는 할머니의 신비함이 가득한 눈과 넘어지면 다칠까 손으로 울타리를 만들고, 촐랑촐랑 짧은 네 다리로 곱슬한 털을 찰랑대며 바지런을 떠는 애완견의 기차놀이 같은 풍경을 졸린 눈으로 바라보며,


언덕 위에서 내 앞으로 무심히 굴러온 공을 다시 아이 손에 돌려보내고, 가지런히 잘린 잔디의 풀향기에 취해 한가로움을 감탄하다 올려다본 하늘에 다시 탄성 하는...


이웃한 텐트에서 노니는 두 손이면 가득 찰 듯 조그만 복슬강아지에게 지나는 이들의 탄성이 예약된 것처럼 빠지지 않고 들려오고 그때마다 똑같이 고개 돌려 다시 보게 되는 사소하고 한가한 궁금증에 관심을 가지는.


가만히 있는 행복이 음악 같아서...


하루를 그림같이, 음악같이 가만히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