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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벽우 김영래 Jul 11. 2019

타임머신을 탈 준비가

작은 것에서 세상의 변화를 감지하다니...

  사진을 찍어도 예전처럼 인화를 안 하니까 자료는 넘쳐 나지만 갈무리하기가 힘들어 그냥 가지고 있다 휴대폰을 교체하면서 지워버리고 만다.  

  나는 꽤 오래전부터 기념이 될 만한 것들은 날짜를 기록해서 카페 자료실에 남겨두었다. 지난번 아내와 서울 가면서 기차에서 카페 앨범을 열어 아이들 어릴 적 사진부터 함께 여행 갔던 추억까지 얘기하면서 그 진가를 느꼈다.  

  요즘 아들이 군 생활하면서 찍은 사진들과 딸 미국 연수 간 사진들이 가족 톡방에 많이 올라왔다. 시간이 지나면 삭제되고 자료가 묻힐까 앨범에 저장하려고 카페를 열었더니 올리기 기능에 에러가 발생했다. 조치사항이 떠 있기는 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닌 듯 계속해서 충돌이 발생했다.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이 충돌은 우주의 일이거나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지 않아 보였다. 내게 인터넷이란 그냥 어쩌다 한 순간에 익숙해져 버린 일상이 된 것이고, 상상할 수 없는 세상 어디쯤엔가 있는 그런 곳이었다. 

  어디 물어볼 곳도 없었다. 서비스센터를 찾아가는 수밖에 없을 듯했다. 그러다 메인화면에 떠 있는 원격지원 아이콘을 눌렀더니 아홉 시가 조금 안된 시간인데 기다렸다는 듯이 상담원이 댓글을 달며 나타났다. 



  "오호라 이것 봐라" 하며 호기심 반에 신비감이 차올라  채팅을 시작했다.  


  악어 입처럼 좁고 길쭉한 창에 내 불편한 사항을 적어 넣으니 고객님 그동안 불편하셨겠어요 하며 잠시만 기다리라고 했다. 상담원이 연결되고, 알려준 접속 번호를 넣으니 마우스가 막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완전 신세계를 경험하는 듯했다. 해킹 뭐 그런 게 이렇게 되는 건가 싶어 의심과 두렴이 완전히 걷히지는 않았지만 내 컴퓨터가 수리되고 있고, 컴퓨터 회사에서 운영하는 지원시스템이니 안전하리라는 믿음으로 그 과정들을 지켜보았다. 


매트릭스의 알 수 없는 푸른 신호들이 비처럼 내리는 장면같이 영어 레지스트리 목록들이 주르륵 열렸다 닫히기를 수십 번 하고, 다시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올 것이 왔다.


  내용은 처음 컴퓨터를 작동하면서 많은 불필요한 것들이 설치되면서 프로그램들이 충돌이 발생했고, 지우고 정리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면서 유료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오프라인으로 서비스센터를 찾아가면 절반의 비용으로 수리가 가능하며 지금 온라인으로 결재를 하면 당장 수리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상담원의 '지금 당장'이라는 말이 또렷하게 귀에 들어왔다. 


  시간 내서 서비스센터를 방문하고, 맡기고 찾으러 가는 시간이 귀찮기는 하지만 비용은 절약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강조하는 "당장 수리가 가능"하다는 말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다. 비용이 배가 되는 점이 아쉽기는 했지만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금액도 아니고, 일 년 동안은 비용 없이 다른 이상이 발생해도 수리가 가능하다는 이점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신기하게 원격으로 제어하면서 수리할 수 있다는 신비감을 맛볼 수 있어 바로 결재를 했다. 


  유료로 진행되면서 다시 처음의 과정들이 시작되었다. 내 컴퓨터를 마치 내가 보고 마우스를 움직이는 것처럼 조작을 하면서 매트릭스 화면을 만들었다. 꺼졌다 켜지기도 하면서 한 10여분의 시간이 흘렀다. 카페 로그인 화면이 떴다. 이건 뭐 나더러 하라는 신호 같아서 연결을 하고 사진 올리는 기능이 안됐던 것을 체크하니 이상 없이 잘 작동되고 있었다. 점검 완료와 이후에 받을 수 있는 서비스 등에 관한 안내를 받고 종료되었다. 내 공간에서 마치 서비스센터를 찾은 것과 같은 원격지원은  최초 경험이자 새로운 우주로의 첫발과 같았다.  

 

  진즉에 있어왔던 것들이겠지만 나로서는 처음 경험하는 새로운 세계와의 컨텍 이어서 감동과 신비로움이 컸던 것 같다. 아직도 내가 모르는 더 크고 많은 세계들이 있을 것이다. 마치 우주처럼.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 세상에 이미 만들어졌거나, 만들어지고 있는 정보통신의 기술들을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더구나 그 모든 것들이 내 삶에 필요하지는 않겠지만 개념 정도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리라 본다. 어느 날 갑자기 그러한 기술들이 내 생활 속으로 훅 들어온다 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거나, 길 안내를 하는 내비게이션을 보는 요령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고정관념과 기존의 익숙함에서 벗어나기 어렵겠지만 마냥 앉아서 누군가의 도움만으로 살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원격진료, 자율주행, AI 로봇 등등 생활 속으로 들어오는 많은 또 다른 세계 속으로 들어갈 타임머신을 탈 준비가 늘 되어 있어야만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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