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률이 좋다. 글이 좋고, 중간중간 사진이 좋고, 처가 좋으면 처갓집 말뚝에도 절을 한다고 뭐 다 좋다.
바람처럼 떠다니는 그의 자유 여행이 부럽고, 자유가, 그의 감성의 섬세함이 부럽다.
그의 여행은 산보를 하는 여행이다.
아파하면서도 긁을 수밖에 없는, 견딜 수 없게 여행을 하고 싶어 지게 만든다. 여행을 막 떠나 그 속에서 나도 그와 같은 글을 쓰며 닮고 싶어 진다.
여행 속에서 여행하고, 그 여행 속의 또 다른 여행을 계획하고, 실행한다.
그의 글은 백김치처럼 깨끗하고 담백하다.
“분홍은 참 지랄 맞다. 분홍은 잘못 태어난 색이고 색이 되려고 태어난 무엇이 아니라 공기가 되려는 것을 한사코 잡아 놓은 것이 “라고 개념을 정리하기도 한다.
“청춘을 가만두라”며 진지하고,
“먼 훗날은 그냥 멀리 있는 줄만 알았어요. 근데 벌써 여기까지 와버렸잖아요.” 아주 평범한 사실에 활자라는 새 옷을 입혀 입가에 웃음이 번지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동의를 이끌어 낸다.
페이지도, 목차도 없다.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페이지를 열어 읽고, 눈으로 사진을 감상하면 된다.
중간중간 사진이 있어서 글을 읽는 사람에게 지루할 틈도 주지 않는다.
그의 글을 읽을 때면 비 오는 날의 창 넓은 창가에서 보송보송해진 손으로 따뜻한 커피 잔을 들고 있는 것 같은 기분 좋음이다.
커피보다 진한 향에 더 취한 듯한 행복이다.
글을 읽고 있다는 행복감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사랑도 여행도 한번 빠지게 되면 중독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도 닮았다”라고 한다. “또 하나 닮은 점은 사랑이 끝나고 나면 여행이 끝나고 나면 다음번엔 정말 제대로 잘하고 싶어 진단다.”
지금 당장 그 둘을 제대로 잘해보고 싶어 지게 한다.
탁사정 얘기가 나온다.
태어난 곳을 보니 제천이란다.
처음부터 알았던 것은 아니지만 내 고향사람이라 더 정이 간다.
<끌림>과 <내 옆에 있는 사람> 그리고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를 아내가 사줬다.
내가 갖고 있던 책은 아들에게 줬고,
딸에게도 한 권씩 사줬다.
인간적인 냄새가 나는 감성과 기분 좋은 여행의 향기를 맡으며 살라고.
손 닿는 곳 어디에 두고 아무 때나 아무 곳이나 열어서 읽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