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메리카노 먹고도 이를 닦습니다.
내 주변에서 치과를 다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제일 많은 의견이 공포심이다. 주변의 모든 소음을 압도하는 낮되 중후하며 날카로움이 예상을 뛰어넘는 기계음의 공포도 만만치 않지만 의자에 앉는 공포만큼은 아니다.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는 공포영화 같은 긴장감이 클라이맥스다.
시작은 몇 해 전 추석 전날이었다. 헐거워진 나사처럼 앞니가 흔들리며 빠지기 직전 상황이 되었다. 앞니가 불편하니 하루도 참기 어려워졌다. 어릴 적 젖니를 갈 때 "앞니 빠진 갈가지 앞 도로랑에 가지 마라. 붕어 새끼 놀린다."이런 노래를 부르며 친구를 놀린 적이 있었다. 앞니는 얼굴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굉장히 신경 쓰인다. 인터넷을 뒤져 서울에 있는 하룻만에 완성하는 기술 좋은 치과를 찾아갔다. 두려움에 앞선 쪽팔림과 어색함이 공포심을 덮었다. 당일치기로 인프란트를 했다. 결과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모든 불편함과 보기 싫음을 한꺼번에 해결해 준 마술이었다.
한 동안 잊고 지내던 치과의 공포가 적군처럼 또 들이닥쳤다. 왼쪽 위 어금니에 염증이 나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의 공포를 잊을 수가 없기에 더 열심히 관리를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숙명 같은 것이었다. 한 번의 마술 경험을 해 본 지라 의자의 공포 따위는 견딜 수 있었지만 마취 주삿바늘의 공포는 여전했다. 무지막지한 드릴을 비롯한 각종 공구들이 들락거리며 입속을 재시공하는 상상의 공포는 별거 아니었다. 마비가 되어 있으니 오히려 어떻게 변할지 기대가 되기까지 했으니까. 그냥 이 또한 지나가고 나면 진짜 내 것 같은 혹은 내 것 보다도 더 잘생기고 믿음직한 이빨이 생겨나리라는 믿음이 더 컸다.
지금은 앞니 인프란트 옆에 하나를 더 뽑고, 왼쪽 윗니 세 개를 더 하고 있는 중이지만 경험이 이렇게 큰 자산이 되는 것도 없으리라. 이제 공포심 따위보다 새롭게 변할 무통과 편안함의 기대치가 얍삽하게 어느새 먼저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문제라기보다는 뭐 쪽팔림이랄까. 불성실함이랄까. 이런 애매함이 결합된 지적들에 대한 두려움 생겼다. 임플란트 전, 후로 간단히 실밥을 뽑거나 소독을 하기 위해 방문하는 치과에서 치위생사들이 "치석이 너무 많아요? 이 좀 꼼꼼하게 닦아야겠어요." 하는 말이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사생결단을 내겠다는 심정으로 분노의 칫솔질을 하고 또 했다. 이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이런 망신주기를 통해 다른 이를 치료하기 위한 상술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했다. 스케일링을 하러 몇 번 다른 곳에 갔을 때도 비슷한 말을 들었다.
이제는 사무실에서 나는 치과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되었다. 물로 이 사이사이를 씻어내는 기구와 분당 몇 만회를 돌며 닦는 전동기계 그리고 구운 소금통 까지 두 손으로 나눠 들고 다닌다. 이 닦는 게 귀찮아서 간식도 잘 먹지 않는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나서도 양치질을 한다. 거의 결벽증에 가깝게 관리를 한다.
얼마 전 앞쪽 임플란트를 마무리하러 갔을 때, 의사가 진료를 다하고 나간 뒤 치 위생사가
"선생님 양치질 잘하셔야겠어요. 오래전에 했던 임플란트 아래쪽에 치석이 많이 끼었어요."
"제가요 치과를 들고 다닌다는 소리를 들어요. 물로 쏘고, 전동칫솔로 한 번 더 하는데 하루에 대여섯 번을 양치질을 하고, 아메리카노를 마시고도 양치를 합니다. 어떻게 더 해야 하는지 좀 알려줄래요." 그랬더니 그 치위생사가 느닷없는 반격에 살짝 당황을 했는지 머뭇하더니
"글쎄요. 그럼 할 수 없네요!" 하는 것이었다.
저는 어떻게 더 잘 닦아야 할까요. 뭐가 잘못된 건지. 이제는 치과 공포보다 이를 잘 닦으라는 꾸지람 같은 소리가 더 무섭게 되었답니다.
어떻게 잘 닦아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