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의 느낌은 여리다. 에너지가 부족한 듯 버거워 오래 버틸 수 있을까 하여 불안하기도 하다. 색으로 치면 연두다. 연두를 생각하며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이 이른 봄날 무채색 줄기에서 돋아나는 잎새다. 잔 솜털도 나고 광채로 반짝인다. 여려도 마침내 삶을 이뤄내려는 희망 때문에 별처럼 반짝이는 것이다.
무채색은 침묵 같고, 신록은 풍성해서 무겁다. 연두는 가볍다. 세상에서 제일 가볍다. 모든 시작들이 다 그렇다. 용기와 신념과 성실함을 맘에 간직하고, 새롭게 이뤄야 할 꿈 때문에 희망이 풍선처럼 부풀어서 그렇다.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길을 그리기 때문에 그렇다.
유치원 가는 아이가 꼭 쥔 엄마 손을 놔야만 하는 아침 같은 마음, 중학교 교복을 처음 입는 딸아이의 입가에 도는 미소 같은, 짝사랑하던 사람에게 용기 내어 고백하고 드디어 첫 만남을 위해 달려가는 발걸음 같은, 수많은 세월 보내고 다시 새롭게 맞는 많은 시간 앞에서 선 은퇴자의 마음 같은, 기타 줄 튕기는 첫손가락처럼 어설프고, 시집보내는 딸을 바라보는 아비의 눈빛처럼 애잔하게 사랑스럽다가, 세찬 바람 앞에서도 향기를 날리는 4월의 라일락 같다가, 언제나 먹먹하게 슬픈 '세월'의 기억과 두 주먹 불끈 쥐고 일어 선 피 흘리는 또 다른 4월 기억들처럼, 그래서 안타깝다가 희망차고, 가녀리다가 우뚝하고, 침착하다 환호한다. 연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