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해드릴 호텔은 도쿄에서 유일무이하게 온천 료칸을 내세운 료칸식 호텔 온센 료칸 유엔 신주쿠입니다. 도쿄에 한두 번 다녀오신 분들은 알겠지만 도쿄와 료칸은 잘 매치가 되지 않는 조합입니다. 게다가 도쿄에서 온천 료칸이라고 하니 좀 수상하기도 하고 특이하기도 하네요. 그래서 오픈 후 직접 다녀왔습니다. 과연 도쿄의 온천 료칸 유엔 신주쿠(이하 료칸 유엔 신주쿠)에는 어떤 매력이 있는지 지금부터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료칸 유엔 신주쿠는 신주쿠 역에서 도보 약 15분, 신주쿠산초메 역 혹은 신주쿠교엔마에 역에서 도보로 약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가까운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하철을 이용해 방문하기 어려운 곳은 아닙니다. 입구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료칸 이미지와 비슷하지만 왠지 신주쿠에 있으니까 좀 어색하네요.
호텔 로비는 안쪽으로 한참 들어가야 합니다. 보통 일본 료칸들이 투숙객, 레스토랑 이용 고객들에게만 료칸 출입을 허용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인가 싶기도 하네요. 호텔로 들어가는 길목도 상당히 잘 관리되어 있습니다.
료칸 유엔 신주쿠의 로비입니다. 굉장히 단순하고 또 정갈한 디자인입니다. 개인적으로 로비 분위기가 상당히 좋았는데요. 다만 공용 공간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쉴 수 있는 공간이 별도로 없습니다. 특히 객실 크기가 다소 작은 편인 료칸 유엔 신주쿠의 경우에는 더 아쉽게 느껴집니다.
체크인 과정은 굉장히 자연스러웠고요. 신주쿠에 있는 호텔임을 감안하면 가격 대비 직원들의 응대가 매우 뛰어난 편입니다. 일본의 호텔들이 대체적으로 친절한 편이지만 비슷한 가격대의 비즈니스호텔과는 다른 굉장히 적극적이고 친절한 응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트윈
료칸 유엔 신주쿠에는 트윈 룸, 더블 룸, 프리미엄 더블 룸, 유엔 스위트 룸 등 크게 네 가지 타입의 객실이 존재합니다. 사진으로 보이는 객실은 가장 기본적인 객실인 트윈 룸입니다. 크기가 약 15제곱미터로 5평이 채 안 되는 상당히 과하게 작은 크기입니다.
입구 쪽에는 바로 세면대가 있습니다. 생수 2병과 부족함이 없는 일회용품, 간단한 다과와 다기가 들어있습니다.
좌측에는 정말 비좁은 샤워실이 있습니다. 들어가면 나오기도 쉽지 않을 정도로 비좁습니다.
어메니티는 디스팬서 형태지만 사용감은 깨나 괜찮은 편입니다.
객실이 좁다 보니 진짜 침대만 들어가 있습니다. 보통 유카타를 제공하는 료칸식 호텔들은 유카타를 입고 외부 출입을 불허하는 편인데 료칸 유엔 신주쿠는 온천욕을 하러 갈 때는 물론 레스토랑, 호텔 맞은편의 편의점 정도까지는 이용이 가능합니다. 상당히 편해서 자주 입고 다녔어요.
베딩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객실 크기가 작다 보니 기대를 안 하게 되는데 구성요소들 하나하나의 품질은 상당히 괜찮은 편입니다. 콘센트가 한 개밖에 제공되지 않는 점은 좀 치명적이네요. 기본 객실부터 타타미가 베이스로 깔려있습니다.
비교적 고층인 14층으로 배정받았는데도 작은 창문 덕분에 시원한 전망을 감상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다만 잠들 때 누워서 보는 도쿄 도심의 스카이라인은 참 매력적이었어요. 객실에 따라서는 도쿄타워가 어설프게 보이는 객실도 있습니다.
더블 룸
보통 일반적인 호텔은 침대가 하나인 더블 룸과 두 개인 트윈 룸의 객실 크기는 같은 편입니다. 하지만 료칸 유엔 신주쿠는 기본 트윈룸은 5평이 채 안 되는 크기지만 더블 룸의 경우에는 트윈 룸의 2배에 가까운 크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기본 트윈 룸보다는 추가 요금을 지불하고서라도 조금 더 넓은 크기의 객실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더블 룸은 개인적으로 가장 이상적이고 합리적인 객실이었습니다.
유엔 스위트 룸
유엔 스위트 룸은 료칸 유엔 신주쿠에서 가장 큰 크기의 객실로 별도로 거실이 분리되어 있지 않지만 채광이 잘 들어오는 통유리로 도쿄 스카이라인을 감상할 수 있고 넓은 크기의 욕실을 제공합니다. 드라이기도 다이슨으로 제공하는 어메니티도 일부 차별화를 시도했네요. 가격대가 다소 높지만 도쿄의 높은 호텔 가격을 감안하면 또 합리적인 가격대 같기도 합니다.
온천 료칸
※ 제공 : UDS 株式会社
도쿄에 수많은 호텔 중에 료칸 유엔 신주쿠가 돋보이는 이유는 바로 진짜 온천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도쿄 내에서는 물을 직접 수급하는 호텔도 있는데요. 료칸 유엔 신주쿠는 매일 직접 하코네 온천의 온천수를 가져온다고 합니다. 즉, 하코네에 갈 필요가 없이 하코네 온천을 즐길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도쿄 도심 속의 노천탕 컨셉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욕실에 들어가기 전에 조그마한 라운지가 꾸며져 있는데요. 목욕 후 또는 전에 무료로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습니다. 개수 제한 없습니다. 마음껏 드셔도 됩니다. 온천이 최상층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전망도 좋아서 앉아만 있어도 시간이 잘 가는 곳입니다.
밤의 유엔
료칸 유엔 신주쿠는 낮보다 밤이 더 매력적입니다. 가부키초나 골든가이까지 갈 필요 없이 근처 조그마한 술집에서 마셔도 분위기 있어요. 밤에 산책하기도 좋습니다.
조식
료칸 유엔 도쿄에서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 바로 조식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이렇게 멋진 일출을 감상한 다음 아침 산책 후에 모닝 온천, 조식을 먹는 코스를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조식은 입구에 위치한 카카토죠(夏下冬上)에서 제공됩니다. 카카토죠는 여름에는 숯 밑에 불씨를, 겨울에는 숯 위에 불씨를 놓는 것이 좋다는 의미라고 하는데요. 뭔가 레스토랑 이름이 숯과 관련되어 있어 숯불을 이용하는 요리를 잘할 것 같았는데 정작 덴뿌라(튀김)이 가장 맛있다고 하네요. ^^;;
조식은 투숙일 기준 인당 18,000원 정도로 가성비가 괜찮은 편입니다. 점심, 저녁식사는 가격대가 있긴 하지만 맛이 괜찮습니다.
카카토죠의 가장 훌륭한 포인트는 바로 이 작은 정원이 아닐까 싶습니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지금도 아름답지만 가을이나 겨울에도 참 운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차와 음료 등은 식사 전, 후 언제든지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바 형식으로 차려져 있습니다.
조식은 이렇게 정갈하게 나옵니다. 조식이 이렇게 아기자기하고 이뻐도 되는 건지요... 요즘에 민감하신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쌀 등도 검증된 산지의 제품으로 제공됩니다. 개인적으로 주전부리로 제공되는 음식 하나하나 정말 맛있지만 특히 구운 생선이 훌륭했습니다.
가능하다면 조식 포함으로 예약하시기를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너무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렇게 만족스러웠던 료칸 유엔 신주쿠에도 너무나 아쉬운 점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객실을 예약하기가 너무나 어렵다는 점입니다. 제가 투숙한 날에도 연일 만실이었는데요. 지금도 글 쓰면서 검색해보니 한 달 이내의 주말 객실은 이미 거의 다 나간 상태네요.
글로는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는 디테일한 매력들도 정말 많습니다. 내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더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번 더 소개하는 글을 써보고 싶은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