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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왓츠인마이트립 Dec 26. 2019

열대에서 경험하는 스릴과 근육통, 라오스 액티비티 여행

방비엥 액티비티, 방비엥 짚라인, 방비엥 버기카, 라오스 블루라군

여행여행에서는 방금 식사를 마친 바다사자처럼 무쓸모의 상태로 늘어져 있는 걸 제일 좋아하지만

역시 게으름을 더 달콤하게 하는 건 액티비티들이다.


엄청난 몸치로, 구기종목만 나갔다 하면 욕을 하도 들어서 장수가 보장되어 있는 나지만

액티비티만큼은 여행마다 꼭 하나씩 넣는다. 못해도 재미있다.


몸을 움직이는 짜릿함도 있지만 이국의 자연을 체험하기 제일 좋은 방법인 것 같아서다.

같은 스노클링이지만 제주에서 했을 때와 오키나와에서 했을 때의 바다 색, 어종, 심지어는 해초 종마저 다르다.

같은 서핑이지만 바다가 다르면 느껴지는 파도와 바다 한가운데에서의 풍경이 다르다. 

보는 것보다 훨씬 깊이있게 외국이구나! 라고 느끼게 된다. 



액티비티의 천국이라는 방비엥은 거리마다 여행사 광고로 가득하다.

짚라인, 버기카, 카약킹, 튜빙 등등 저마다 여기서 하라는 광고판들을 화려하게 내걸고 있다.

하루를 온전히 액티비티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우리는 거리의 여행사를 찾았다.


보통은 하루의 투어를 묶어서 파는게 일반적인데

산에 올라가서 짚라인을 타고 내려오며 카약킹을 하거나, 튜빙을 하는 식이다.

우리는 짚라인, 버기카를 하고 싶어서 묶인 투어가 아닌 프라이빗 투어를 의뢰했다.

오전엔 짚라인, 오후에는 버기카를 타고 블루라군으로!


[ 방비엥 즐길거리 최저가 예약 ]


방비엥 액티비티 - 생애 첫 짚라인



솔직히 나는 짚라인이 처음이었다.  호기롭게 탈 수 있어! 라고 외치고 예약은 했지만 잠들기 직전부터 당일 아침까지 덜덜거리며 내가 할 수 있을까를 중얼거렸다.  

아니, 애초에 와이어가 내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거야? 내가 손잡이라도 미끄러져서 놓치면 어떡해? 

언니가 지겨워할 정도로 걱정을 거듭하는 사이,  여행사에서 보낸 뚝뚝이 호텔 앞까지 데리러 왔다.



여기서 뛰어내려야 함... 아찔....





일단 우리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짚라인은 산에서 내려오는 거잖아?

그럼 일단 올라가야 된다는 거지.....


하필 그날은 무슨 사우나에 온 것처럼 습기 가득한 뙤약볕의 클래식한 동남아 여름날이었는데

나와 언니는 산을 오른다는 사실을 간과해도 너무 간과한 나머지 쪼리를 신고 와버린 것이다. 하핫.

바위산이라 더 험준하고 가팔랐는데 우리를 안내하는 라오스 가이드 분들은 숨 한 번 몰아쉬지 않고 산을 탔다. 

우리? 우리는 이미 육수 폭발. 회색 옷 안 입고 온 것이 진심으로 다행이었다.


마침내 다 오른 곳에 짚라인이 시작하는 거점이 있었는데 그걸 본 순간 나는 더 겁에 질리기 시작했다.

아니.. 보통 막 콘크리트로 된 기둥같은 거 아닌가? 왜 그냥 나무랑 나무끼리 연결이 되어있지?

나무판자 위에 올라서자 세탁기 탈수 버튼이라도 누른듯 몸이 덜덜거리기 시작했다.


언니는 팔에 에코백까지 맨 채로 간다~ 하곤 먼저 출발했다.

발 밑은 아찔하고 쪼리는 발끝에서 달랑거렸다. 


아, 몰라 여기서 죽으면 그냥 팔자인거야 

눈을 질끈 감고 공중으로 발을 뗐다.






응? 생각보다 괜찮았다.

바람을 시원하게 가르며 지나가는 동안 발 밑에는 울창한 열대의 정글이 펼쳐졌다.

우리나라의 산과는 다르게 덩굴과 덩굴이 깊고 진하게 연결되어 있고, 잎들이 크디 크게 자기 주장을 하고 있었다. 여기에 올라오지 않았더라면 보지 못했을 풍경이다.

길이라곤 보이지 않는 첩첩산중이라 무섭기도 했지만 장관이었다.

여길 누군가 올라와 이걸 설치했겠구나. 

땀을 뻘뻘 흘리며 나무와 나무를 연결했을 라오스 사람들이 보이는 듯 상상됐다.


한참을 걸어올라왔던 산을 시원하고 빠르게 내려갔다.

매번 발을 뗄떼마다 손이 축축해지며 긴장됐지만 세번이 넘어가자 제법 익숙하게 탈 수 있었다.

같이 온 가이드분들은 거꾸로 타거나 한손으로 타곤 했는데 직업이란 저런 거지 싶다.

누군가는 내가 능숙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며 저렇게 멋있다고 느낄까?



방비엥 짚라인 팁

무조건 운동화 신자. 운동화!

바지는 긴 바지가 좋다. 산이 험준해서 여기저기 긁힐 우려가 있음.




 방비엥 액티비티 - 버기카를 타고 블루라군 3을 가다


의도치 않은 아침 산행으로 지친 육신을 호텔 방에 뉘여 카페인을 집어 넣으며 달랬다.

오후에는 버기카를 타고 드디어 그 곳, 블루라군으로 가기로 되어 있었다.


고생의 흔적이 역력한 우리의 전우, 버기카


평소 4륜바이크 타는 걸 굉장히 좋아해서 이것도 비슷하겠지 생각했는데 완전히 오산이었다.

기어까지 있는 엄연한 차였던 거다. 내가 운전하며 바람을 갈라 보려고 했는데....

시무룩해 하며 능숙하게 운전대를 잡은 언니와 길을 출발했다.

방비엥에는 블루 라군이 세 개 있는데 우리가 갈 곳은 가장 깊은 곳에 있고 가장 최근에 발견되었다는 블루라군 3. 시크릿 라군이다.



얼기설기 판자로 덧대어진 다리.  여길 차, 자전거, 사람이 건넌다. 무섭 ㅠㅠ



잘 정비된 방비엥 시내에서 위험 천만한 다리 하나를 버기카로 건너가니 라오스 사람들이 사는 주거지역이 나왔다.  지금까지 겪었던 라오스의 도시들이 깨끗해서 라오스 생각보다 잘사는 나라였구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다리를 건너자 마자 그 생각은 산산조각났다.  

가려진 진짜 라오스 사람들의 삶이 거기 있었다.

정비된 길이 끝나고 오프로드가 시작되면 산중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산길 굽이굽이 판잣집을 세우고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티브이에서 보았던 그 모습이었다.  모래를 가르고 지나가기가 미안할 정도로 어리고 마른 아이들이 소와 닭들과 산길을 가고 있었다.


우리는 조금은 무거운 마음으로 한참을 말없이 운전해 갔다.


시크릿 라군. 거짓말 같은 물 색깔.



길을 잃은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깊게 들어온 돌길과 바위산 사이로 거짓말처럼 푸르디 푸른 물이 나타났다.

예쁜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다이빙을 하며 깔깔거리고,

맛있는 라면 냄새가 농후하게 났다. 

신이 날 대로 난 우리는 버기카를 세우고 뛰어들어갔다. 

구명조끼를 급하게 끼워입고 그대로 뛰어들었다. 시원하고 가벼웠다. 

널널하게 누워 둥둥 떠다니며 하늘을 보았다. 푸릇한 물과 하늘 색이 같아 보였다.

꼭 제주 바다 같은 푸릇한 물 사이로 그림같은 정글의 바위산이 보였다.  세상에,  한시간을 운전해 들어온 산 속에 이런 곳이 있다니.  감개무량이라는 말은 꼭 이 순간에 쓰려고 만든 것 같았다.


한국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시크릿라군 



1초만에 몰려온 먹구름. 실화인지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여행자 보험을 들지 않은 걸 후회했다.

아홉수 주제에 무슨 똥배짱으로 보험을 안 들었을까?


버기카에 몸을 싣자마자 먹구름이 무서운 속도로 몰려왔다. 이내, 스콜이 시작됐다. 

우박이라고 느껴질 만큼 세차서 맞는 족족 아픈 비가 온몸으로 쏟아졌다.

차의 양 옆으로 벼락들이 당장이라도 우리를 때릴 것 처럼 번갈아 떨어졌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빗발을 헤치고 나가는 동안, 뚫린 차 바닥으로 진흙이 계속해서 몰아쳤다.

무교인 주제에 별의 별 신을 다 찾기 시작했다. 하느님 부처님 알라신이시여 여기서 무사히 나가게 해 주시면 계신 거 믿을게요.... 

하도 기도를 해서 시끄러웠는지 다행히 우리는 무사히 시내로 나올 수 있었는데

어찌어찌 도착했을 때는 온몸에 긴장이 풀려 덜덜대는데다 진흙투성이, 머드 축제에 다녀온 몰골이었다.


여러분,  보험 꼭 드세요. 그리고 날씨 안 좋으면 되도록 라군 1 정도에서 놉시다. 





방비엥 버기카 팁

마스크와 고글은 필수! 엄청난 먼지가 일어난다.

cc가 최대한 높은 차를 선택할 것. 중간에 퍼지기도 함

차체가 높은 차를 선택할 것. 먼지 및 진흙이 엄청나게 튈 수 있음!




무사히 안전한 거리에 도착. 소 선생님들이 정말 반가웠다. 


방비엥은 동네가 좁아 숙소들이 웬만큼 가까이 있지만,

막상 물놀이를 마치고 진흙투성이로 차를 반납하고 나니 온 몸에 진이 빠져 숙소는 가까운 곳이 최고라는 걸 톡톡히 느꼈다.  숙소에서 깨끗하게 씻고 마사지를 다녀온 후 맥주 한잔을 하면 그것만한 행복도 없을 테다.



방비엥에서 액티비티 다녀오기 좋은 최적 위치의 숙소, "아마리 호텔"을 추천한다 :)



아마리 호텔. 4성급의 쾌적한 호텔이다.




방비엥 아마리 호텔 더 알아보기


아마리 호텔

강을 끼고 있어 뷰가 좋은데도 시내 한 가운데에 있어 각종 여행사와 식당, 바들이 가깝다.

액티비티하고 돌아가기 가장 좋은 위치

저녁에 술 한잔 하고 들어가기도 아주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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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강숑


'여행이니까 하기 싫은 건 안 할래' 라는 여행 철학을 고수.

바르셀로나에 가서도 가우디를 보지 않고 온 것으로 악명높다. 

졸리면 낮잠 자고, 마음에 드는 동네 펍들을 전전하는 충동적, 즉흥적 마이웨이 여행자.
현지화 패치의 아이콘.  거리에 나가면 열에 아홉은 현지인이 길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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