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18일 오늘의 연애
그 사람과는 싸우고 헤어졌습니다. 사귄 기간은 1년 남짓이었지만, 다툼이 잦아졌어요.
그리고 결국 된통 싸우고 헤어졌는데.. 걔가 너무 괘씸하고 불행했으면 좋겠었어요.
힘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 사람이 최근에 누굴 만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그전까지는 정말 저주하듯 미웠는데, 누굴 만난다는 걸 알고 나니 하루 종일 생각이 떠나질 않더군요.
인스타그램에 계속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는 제가 싫어서,
인스타그램도 지우고 다른 일에 집중해봤는데도 머릿속에서 생각이 사라지질 않네요.
그 사람이 계속 떠올라 힘들게 합니다. 어떻게 하면 잊을 수 있을까요?
*사연을 각색한 내용입니다.
이젠 정말 끝이라고, 꼴도 보기 싫다며 헤어졌는데, 다시 그 사람이 떠오릅니다.
이내 '내 선택이 잘못된 건 아니었을까?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을까?' 하는 미련한 생각도 드네요.
저는 연인 간의 관계가 '실'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양쪽으로 갈라져 실을 쥐고 있는 두 사람의 애정으로 실은 점점 자라납니다.
설렘과 두근거림으로 시작된 '가늘고 얇은 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두꺼워지고, 길어'집니다.
점점 자라난 실은 어느 지점에 만나 매듭을 짓지만, 모든 실들이 만나는 건 아닙니다.
양쪽의 균형이 맞지 않아서, 혹은 중간에 생긴 사건사고로 인해 끊어지기도 합니다.
문제는 바로 실이 중간에 끊어져버리는 경우입니다.
시작과 달리 갑자기 툭 끊어져버린 '실'은 방향을 잃습니다.
금세 또 다른 상대를 만나 새로운 실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혼자 뒤엉켜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죠.
그리고 엉켜버린 실타래에서 분노와 애증, 후회와 원망, 그리고 미련의 감정이 피어납니다.
그럴 수밖에 없죠. 끝을 생각하지 않고 시작했는데, 예상과 달리 끝을 만난 것이니까요.
그건 아주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그러니 스스로를 탓하지 마세요.
이제 원인을 알았습니다.
문제의 원인을 알아내는 것이 어렵지, 푸는 건 쉽잖아요. 걱정하지마세요.
어떤 방식으로든 그 사람과 나의 관계를 매듭짓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미련은 사라집니다.
만날 수 있다면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만나자고 하세요.
얼굴을 보고, 하지 못했던 마음속 이야기를 하면서 매듭을 짓는 겁니다.
그게 어렵다면, 그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을 돌이켜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주고받았던 편지, 선물, 나눴던 대화가 남겨져있다면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고 온전히 느끼세요.
기쁨도, 슬픔도, 후회도, 아쉬움도 어떤 것도 남기지 말고 곱씹으며 천천히 그 시간을 거슬러 올라오는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것들을 보내주세요. 잘 담아서 휴지통에 버리고, 삭제해버리세요.
그게 매듭을 짓는 방식입니다.
예상치 못한 이별에 매듭지어지지 않은 실은 언제든 다시 나를 찾을지 모릅니다.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고, 잊었다고 생각한 그 사람이 돌아왔을 때 흔들릴지도 모르죠.
그래서 우리는 반드시 매듭을 지어야만 합니다.
글쓴이에게 지금 필요한 건 그뿐입니다.
인스타그램을 지울 필요도, 그 사람을 욕하고 저주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두 사람의 관계에 '매듭'을 지어주세요. 모든 일은 시작만큼이나 끝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마음속 엉켜있던 실이 다시 풀어질 거예요. 분명히.
글쓴이. 해서 (or 설거지 잘하는 남자)
- 독립출판물 <너 진짜 축구싶냐?>를 썼습니다.
- 인스타그램 @haeseo.writing
글. 오늘의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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