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진짜 축구 싶냐?》
여자친구보다 축구가 좋았다. 맞다, 축구에 미친놈.
아침도 안 먹고 나가서는 밤이 돼야 집에 들어와 대자로 뻗어버리는 놈.
축구하고 돌아오는 밤, 베란다 2층에서 버티컬을 내리고 있던 엄마의 매서운 눈빛에 오줌을 지려버렸던 놈.
같이 축구하는 친구들의 전화번호를 15년 넘게 지난 지금까지 손으로 기억하고 있는 놈.
시험기간에도 친구네 집으로 전화해 축구하자고 꼬셔서 어머님들의 미움을 받던 놈.
운동화는 한 켤레로 2년, 3년을 신어도 축구화만큼은 3개월마다 한 켤레씩 해 먹던 놈.
그런 축구화를 본 다른 학교 친구들에게 부자라는 오해를 받던 놈.
학교 갔다 오면 옷은 팽개쳐 두어도, 축구 유니폼과 스타킹은 손빨래하던 놈.
축구로 인생의 전성기를 논하는 놈.
축구 동아리만 10년 넘게 한 놈.
실력이 마음만큼 안 따라주는 안쓰러운 놈.
나는 축구를 좋아하는 흔하디 흔한 대한민국 남자다. 특별히 광적으로 축구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남들이 좋아하는 것보다 '아주 쪼금 더' 좋아하는 수준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축구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공감대를 나누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축구가 얼마나 매력적인 스포츠인지 알려주고 싶었다.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건 멋진 일이니까.
하지만 전술이나 전략, 선수들을 논하기에 나는 너무도 비전문가다. 그래서 내가 적은 글이 잘못된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축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줄까 봐 두려웠다. 대신 축구를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를 적어보기로 했다. 우리 주변에 '축구에 미쳤었거나, 축구에 미쳤거나, 축구에 미칠 예정인 사람'은 꼭 한 명씩 있지만, 그들이 축구에 미친 이유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건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궁금해할 것 같다.
사실 이렇게라도 축구에 대한 글을 적고 싶었다.
그게 이 모든 글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