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진짜 축구싶냐?》
축구 때문에 울어본 적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는 말 그대로 '축구 때문에' 일 년 내내 펑펑 울었다.
때는 초등학교 3학년, 처음 급식이란 걸 먹게 된 해였다. 매일 점심마다 축구를 해야 했던 나는 급식 시간이 되면 5-10분 만에 음식을 처리하고 운동장으로 뛰어가곤 했다. 당연히 좋아하는 것만 골라 먹고, 맛이 없거나 싫어하는 음식은 잔반통에 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몇 주동안 지켜보시던 담임 선생님께서 충격 발표를 하셨다.
"앞으로 우리 반은 음식을 다 먹기 전에는 절대 운동장에 나갈 수 없다."
라며 갑작스레 잔반 0%를 선언하신 것이다. 그때부터 나와 급식 간의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평소 편식의 끝판왕을 달리던 내게 학교 급식은 온통 못 먹는 음식 투성이었다. 그때만 해도 초록색 야채는 오이 빼고는 입에 가져가지도 못했던 터라, 시금치나 버섯 같은 나물&채소 종류라도 나오는 날이면 일단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선생님과 독대해야만 했다.
일주일에 한 번도 아니고, 한 달에 운동장을 나갈 수 있는 날이 손에 꼽게 되자, 매일 싫어하는 음식을 처리하는 게 지옥처럼 느껴졌다. 눈을 꼭 감고 삼키기도 하고, 먹고 토하기도 하면서 고통스러운 날들을 보냈다. 하지만 선생님은 요지부동, 나는 그런 선생님을 매일매일 원망하며 점심시간마다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급식과 싸움을 펼쳤다.
싫어하는 음식을 먹어야만 했던 것도 그렇지만, 다른 아이들은 모두 축구하는데 나만 남아서 밥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이 억울하고 분하고, 슬펐다.
인고의 시간이 흘러 3학년이 끝났을 때, 정말 많은 음식들이 내 인생에서 개시되었다. 덕분에 부모님도 두 손 두발 들었던 편식이 조금이나마 나아질 수 있었다. 물론 평생 흘릴 눈물 총량의 20%는 흘린 것 같다만...
악을 쓰며 음식을 거부하던 나도 나지만, 그런 나를 보며 끝까지 먹게 하던 선생님도 보통 분은 아니셨다.
직장인이 되고 점심시간의 소중함을 알았다. 이제야 나의 초3 담임 선생님이 얼마나 좋은 분이셨는지 깨닫는다. 어떤 선생님이 소중한 점심시간을 1년 동안 학생들에게 온전히 쓸 수 있을까?
나중에 아이가 생겨 학교에 간다면 그런 선생님을 만나면 좋겠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난 지금까지도 먹는 것만 먹고사는 놈이었을거다. 분명히 그럴 것이다.
'선생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