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집에서 채소가꾸기:)
모종이 모죵?
나는 공업도시에서 나고 자란 여자다
서울은 아니지만 이미 많은 공장과 높은 건물들을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랐는데
아! 이전 글에서 엄마와 진달래와 쑥을 캐러 다녔다는 글을 적었는데 그땐 아빠 회사 이동으로 한동안 촌이라고 부를 수 있을 곳에서 잠깐 지냈기 때문에..
하지만 거의 땅보다는 시멘트길을 많이 밟고 자라서 그런지 식물이나 꽃 이런 걸 판별해 내는 능력은 좋지 못하다
하지만 이런 나와는 다르게 우리 남편은 어릴 적부터 메뚜기 잡고 개구리 잡고 지금도 하루에 버스가 두대밖에 다니지 않는 시골이 고향인 사람이라 농사일부터 시작해서 몸으로 하는 모든 일에 능숙함을 보여준다
이건 시골출신이라기보다 사람이 천성 부지런한 탓일 수도 있긴 하지만 그런 남편에게 텃밭의 꿈이 생겼다
하지만 마당을 넓게 쓰고 싶은 마음에 텃밭보다는 화분에 작은 씨앗을 심고 싹을 틔워 나만의 농작물을 길러보고 싶은 마음이 컸던 거 같다
물론 이제 마당집에 관심이 생긴 아들과 함께 아기자기 화분에 식물을 심게 해 주고 흙을 덮고 다독여주고 싶은 로망이 있어서겠지?
보통 식물을 심는다고 하면 씨앗을 심고 씨앗이 싹을 내 움틀 때까지 기다리는 게 응당 자연의 이치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미 틔운 모종을 바로 심기도 한다고 하니 모내기할 때나 모판을 심기 위해 모종을 심는 줄 알았는데..
상추나 대파, 쪽파 할거 없이 다 모종을 심어두면 쑥쑥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수고롭지 않고 좋은가?
어찌어찌 무엇을 살지 생각하고 남편과 아들과 함께 모종 가게로 향했다
요즘같이 더운 여름철에 화분에 모종을 심기에는 약간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추천해 주신 덕에
상추, 대파, 쪽파, 바질 골고루 모종을 구매해 왔다
모종을 차에 싣고 시동을 거는데 한 두 방울씩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늘도 무심하시지 일요일 오후 플랜으로 모종 심기를 앞둔 우리 가족에게 비라니
그래도 지난 공사 때 설치해 둔 어닝을 펴고 한번 작업을 해보자 싶어
온 가족이 목공 장갑을 끼고 마당으로 모였다
빗방울은 점점 거세져 바람과 함께 빗줄기가 되어 내렸지만 어닝덕인지 화분작업을 하기에는 오히려 운치 있는 느낌이었다.
먼저 화분에 물 빠지는 플라스틱을 안쪽 밑에 깔고 그 위에 물이 잘빠진 흙이랑 그 위에 조금 더
굵기가 있는 흙을 차례대로 덮고, 남편이 뭐라고 말해줬었는데 기억이 안 난다 상토와 배양토였나
아무튼 차곡차곡 덮은 흙을 우리 아들 주먹이 쏙 들어가게끔 구멍을 파서 거기에 예쁘게
상추 하나, 대파 하나, 쪽파 하나, 하나씩을 고르게 심었다
"때마침 비가 오늘날이니 물은 충분히 먹을 수 있겠군... "
"나란히 심긴 화분의 모종들을 보니 이번 여름은 채소는 장을 보지 않아도 되겠군"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중에 새들이 다 쪼아 먹어서 우리 먹을 건 없었다. 반은 햇볕에 타 죽고
반은 새에게 사냥당하고.. 누울 자리 보고 판을 벌렸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