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도 가꿔야 합니다

부부 Day

by 이경



24년이 되면 곧 7년이 되는 우리 부부

연애까지 포함하면 9년 찬데 남과 여의 차이라고

하기엔 다른 것도 참 많은 우리다.


연애 때 애슐리퀸즈 뷔페에 함께 간 적 있는데

브라질 프라이드치킨을 3 접시를 먹는 모습을 보고

아~ 세상에 치킨만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고 감탄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친정 식구들은 입이 짧은 편은 아니지만 대체로 식사양이 많은 편이 아니라 고깃집을 가도 1인 1인분씩,

치킨도 남동생이 어릴 적엔 1마리를 시켰고,

좀 커서는 2마리를 시켜도 봤지만 매번 냉장고로

남은 치킨이 직행했기 때문에 1인 1 닭은 고사하고

1일에 1 닭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다만 아빠의 취향인지 국밥이나 닭발 곱창은

우리 가족 모두 좋아하는 메뉴라

닭발은 나 혼자서도 3인분은 거뜬해서 동네 유명한 닭발집에 오픈런을 해서 매운 닭발을 기다려 3인분을 혼자 먹어치운 적도 많았다.

또 그런 나완 다르게 남편은 비위는 약해서 모양이 각 잡혀 있지 않거나 냄새가 좀 나거나

본인 판단하에 깔끔한 모양새가 아니면 잘 먹지

않는다

굴, 곱창, 닭발, 해산물 (개불, 해삼 등) 모두 내가 너무 사랑하는 것들인데 한 번도 같이 맛있게 먹은 기억은 없다.

한 번은 퇴근길에 기력이 너무 없어서 갑자기 해삼을 먹으면 기운이 날 거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퇴근길 해삼만 파는 횟집을 수소문해서 픽업 후

집에 가서 아이 재우는 일을 남편에게 맡기고 혼자 초장에 해삼을 찍어 먹고 원기 회복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남편은 군말 없이 나의 해삼먹방을

관람해 주었다.

나도 남편이 치킨 앞에서 한 없이 초조해지고 동공이 확장이 되어도 그 모습이 꽤 봐줄만했다

그렇게 서로 다르지만 조금씩 맞춰왔던 우린데

아이가 태어나고 모든 에너지를

아이에게 쏟고 나서는 서로에게 항상 바라는 것만 많아졌다. 다정한 말이나 희생, 가사 등.

내가 해주기엔 귀찮지만 상대방이 해주었으면 하는 것들.. 그래도 종종 연차를 내거나 반차를 써서

둘만의 데이트를 하기도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그 마저도 개인의 휴식을 빼앗기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어 한동안 하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는 남편의 해외 출장이 2번이나

생긴 탓에 알게 모르게 너무 짜증이 났다.

이런 주택 생활을 하면서 혼자 아이를 라이딩해서

컴컴한 집에 들어오고 아이를 씻기고 재우는 것이 나만의 일이라는 생각에 더 서운한 감정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계속 서로 냉랭한 눈빛과 행동 하나하나가 백지에 먹물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각자의 일상이 바쁘니 서로의 안위를 물어보는 시간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어제는 오랜만에 요가를 다녀왔다. 남편의 출장과 그동안의 컨디션 난조로 2주 만에 방문한 요가원에서 땀을 뻘뻘 흘려가면 안 되는 동작들을 하고 있어 보니 이렇게 하기 힘든 동작도 노력해서 하는데 가장 가까운 사람의 기분을 풀어주는 시도는 왜 하지 않고 있는지 참 내가 한심하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온 저녁 차를 주차하고 나자 주택 마당에 검은 실루엣이 보였다.

저녁마다 혼자만의 시간을 마당에 나와서 보내는 그의 루틴 항상 같이 맥주 한잔하자며 바깥공기가 좋다고 제안하던 그에게 밖은 춥고 귀찮다는 이유로 거절하기만 했는데, 어제는 내가 먼저 날씨도 좋은데

바깥에서 엄마가 끓여준 다슬기국에 위스키 한잔을 하자고 했다

별말하지 않고 위스크에 다슬기국을 한 모금씩 들이키고 있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우리의 분위기가 한층 더 다정해지고 부드러워진 느낌이었다.

최근 유명 연예인 부부의 이혼소식을 들었다.

그동안 같이 방송에도 나오고 sns 등에서도 서로의 얘기를 많이 했던 부부라 이혼 소식은 뜬금없었지만 그래도 그 부부의 속사정이란 그들만 아는 법

언젠가는 우리 부부도 다슬기국에 위스키로 풀리지 않을 순간이 올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안쓰러워하는 마음과 내가 상대방에게 원하는 모습이

서로 같다는 걸 안다면 그래도 조금은 서로 외로워지는 일은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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