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 삶의 완벽한 분리
우리 가족은 아이가 직장어린이집을 다니기 때문에 오전 6시 40분에 차를 타고 서울로 출근을 한다.
마찬가지로 퇴근하고 집에 오면
오후 6시 40분에서 7시 사이.
여름은 해가 일찍 떠있는 편이고 새벽 공기나 밤공기가 찬 편이 아니라서 새벽같이 아이를 데리고
출근길을 나서는 게 힘든 편은 아니지만
겨울은 새벽과 밤이 모두 컴컴한 상태에서
출퇴근을 하다 보니 아파트에서 살 땐 나무 한그루. 하늘 한점, 땅 한번 보기가 힘든 하루하루를 보냈었다.
그래서 주말마다 오전 1번, 오후 1번 모두 외출을
했었고 오전에는 카페, 오후에는 근교 나들이를 하며 아이가 되도록이면 답답해하지 않도록
노력하곤 했다
나 역시도 회사의 일을 종종 집으로 가지고
오는 편이라 하루의 스트레스를 그대로 가지고
사각의 현관으로 들어오는 일에 권태를 종종 느끼고 있었다. 언젠간 식탁에 앉아 남은 보고서를
수정하며 끄적이고 있을 때 생각했다.
아파트에 살다 보니 관리는 쉽고 편리하지만
뭔가 온라인의 갇힌 기분? 오프라인에 나가고 싶다
집- 회사 -집 - 회사 반복되는 일상에서 어느 한
공간은 숨통을 틔워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남편의 주택 제안에 임장을 종종 나가면서 본 현재 아파트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주택을
선택해 이사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생각해 보니 이사를 결정한 시기가 딱 11월 이맘때
단풍이 피어있는 노란색과 빨간 벽돌집을 보고
구경하러 온날. 잔디가 슬쩍슬쩍 노랗게 변한
마당에서 아들과 내가 손잡고 빙글빙글 돌다가
털썩 넘어졌을 때부터 이사를 조금씩 마음먹기 시작한 때인 거 같다.
주택으로 이사 온후 한동안 나도 아들도 새로운
집과 이 집의 추위에 적응하기까지 여러 달이
걸렸지만 (이사는 2월에 했다) 봄을 거쳐 가을이 접어든 이 날까지 주택 생활이 더없이 만족스럽다.
우리 아이는 어릴 때부터 미디어 노출을 전혀 하지
않았기에 24개월 이후에는 집밖으로 항상 나가고 싶어 했다. 놀거리가 집안에는 장난감과 책 밖에 없었으니. 그래서 놀이터를 가거나 외출을 항상 했었는데, 오래된 아파트 놀이터는 아이들만의 점유물이 아니었고 종종 흡연하는 어른들 낡은 시설들로
울룩불룩 솟아오른 놀이터 바닥이 항상 불안해 보였다.
그리고 감기나 전염성 병에 걸리기라도 한 날에는 그마저도 할 수 없으니 부모의 힘듦과 짜증도 고스란히 온 가족에게 전파되는 느낌이었다.
아이가 성장할수록 부모의 말과 행동에 기민할 수밖에 없는데, 예전 집에서는 나도 남편도 힘들다 보니 정서적으로 충분히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는 게 어려웠다 (물론 내 성격기준으로.. )
주택으로 이사 오고 난 후에 눈에 띄는 것들이 있는데 이제부터 조금씩 풀어내 보도록 하겠다.
1. 계절의 맛
봄이 오고 잔디 사이로 쑥이 돋아난 것이 보였다.
아이와 바구니를 들고 작은 손으로
쑥을 뜯어보게 했다. 쑥 냄새도 맡아보게 해 주자
아이는 재밌게 한가득 바구니를 채웠고
그날 점심으로 바지락 쑥국을 끓여 온 가족이 즐겁게 식사를 했다.
그 이후로도 종종 돋아난 쑥을 가지런히 뜯어 마당 테이블에 놓고는 쑥을 뜯었다고 자랑삼아 가져오는 모습이 유독 귀여웠다.
뒷산에 진달래가 필 때는 진달래화전을 여름에는
아이와 함께 오이를 탕탕 두드려
참깨와 식초 설탕 액젓 넣어 오이탕탕이를
만들어먹었다. 입맛에 맞았는지 그 해 여름은
온 가족 식사에 항상 별미로 오이탕탕이가
올라가곤 했다.
여름내 주말 수영을 하다가 집 안에 들어가 수박과 주스를 가득 담아 옆에 두고 먹으며
수박씨를 마당에 툭툭 뱉어보기도 하고 가을엔 새빨갛게 샛노랗게 물든 나뭇잎을 귀 옆에 꽂아주곤
같이 알밤을 삶아 아이 입에 쏙 하나씩 넣어주었다.
2. 모든 것이 콘텐츠
주택의 삶은 모든 것이 콘텐츠다. 나무 한그루 풀 한 포기 작은 꽃 한 송이 작은 것이 의미가 있고
스토리가 있다. 나무를 한그루 심는데도 꼬박 하루가 걸리고 잔디 사이에 핀 잡초를 뽑으면서도 서로 즐겁다. 그러다 어쩌다 야생화가 예쁘게 피어나면
작은 꽃잎을 꺾어와 엄마~ 선물하고 건네는 아이가 있으니 날 좋은 날이면 어김 없이 마다으로 뛰쳐나간다.
벌레도 각양각색인데 개미, 거미, 메뚜기, 여치, 초록색 사마귀, 갈색 사마귀, 민달팽이 等
쉽게 볼 수 없는 다양한 곤충들이 이따금씩 방문한다. 그럴 때면 아이는 엄마 00가 나왔어요~ 하고 온 동네가 떠나가라 소리치고 그래도 인상 구기는 이웃이 없으니 마음껏 소리치고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다
직접 살아있는 풀을 만지고 벌레를 눈으로 구경하니 TV나 영상을 보지 않아도 지루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00이 도서관을 지정해 한 방을 아이의 책을 가져다 둔 공간으로 꾸며주니 책방에 가서 책 읽자고 하루에도 몇 번씩 엄마아빠의 손을 이끌어 책을 읽곤 한다.
내용이 길어질 거 같으니 장점 2-2 편은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써볼 예정이다.
3. 계절마다 변하는 공간
4. 부부만의 시간
5. 낯선 방문이 기대되는 하루
6. 완전한 휴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