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의 장·단점 2-2 (장점 편)

by 이경



3. 계절마다 변하는 공간

주택만큼 날씨의 변화가 뚜렷한 공간이 있을까? 이사 온 첫 달은 너무 추워서 설거지하는 내내 부엌 창가에 앙상한 나뭇가지를 보며 발을 동동 굴렀던 기억이 난다.

현관에서 택배를 찾아올 때면 죽은 노란 잔디들이 현관까지 따라와 매주 현관을 쓸었던 기억

3월이 되자 부엌 창문 너머로 보이는 나무에 까치들이 날아와 앉기 시작했고 마당 잔디 사이사이로 쑥과 푸릇푸릇한 새싹들이 올라왔다.

5월 저녁엔 집 앞 숲불 덤이 위로 깜빡- 까암빡 - 반딧불들의 움직임이 참 반가웠다.

봄에는 모종을 사 와 집 앞 화분에 새싹을 키웠고 집 앞 산에 벚꽃피고 개나리 꽃 피는 걸 보는

재미가 있었다.

주택을 절정은 여름. 여름엔 인덱스 수영장 넓게 펴 매주마다 점심 먹고 아이와 남편과 함께 물속으로

풍덩 뛰어들었다. 그러다 또 허기지면 아이스아메리카노 2잔, 오렌지주스 얼음 동동 띄워

시원한 수박과 함께 간식을 먹었다.

다른 친구들은 캠핑도 가고 국내 여행도 갔지만 사실 주택으로 이사 온 뒤로부터는 국내 여행이든

카페투어든 캠핑이든 모든 것을 집에서 누릴 수 있어서 시간적으로도 여유 있는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온갖 벌레들이 여름에는 기승을 부렸지만 그래도

다양한 벌레를 아이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쁨이랄까?

민달팽이, 사마귀, 메뚜기, 여치, 개미, 방아깨비

예전 시골에서만 볼 수 있었던 갖가지 생물들을 접하는 신기한 기분에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꺄악 소리도 질러보고 궁금해하기도 하고 겁 없이 슬쩍 낯선 벌레를 건드려보기도 했다.

따뜻하게 나뭇잎이 익어가는 냄새가 가을이 되면 부쩍 더 기분을 설레게 한다

익숙하게 갔던 산속에는 나무 밤송이들과 도토리들이 한 움큼씩 떨어져 있고 타닥타닥 어느 집에선

장작지 피는 소리와 밥 짓는 냄새가 유독 가을이면 더 짙게 나는 거 같다

주택을 살면 다양한 꽃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여름내 한철만 피는 나무들이 아니라

가을까지 줄곧 꽃잎을 틔우고 있는 나무들이 부쩍 보이고 주인의 개성을 닮아 예쁘게 손질까지 마친 소나무의 모습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겨울은 지금 온몸으로 느껴지는 추위로 한껏 방한 준비를 해두었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이 더욱 풍성할 수 있도록 집 앞 나무에 예쁘게 매단

리본을 하나씩 달아주었고 아이와 함께 창틀에 블루아이스 나무에도 트리 장식을 예쁘게

매달아 보았다. 춥지만 마음은 따뜻하도록..

4. 부부만의 시간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매일매일이 우리 둘만의 시간이었다. 소문난 잉꼬는 아니지만

심야 영화를 보러 가거나 이곳저곳 해외여행도 둘이서 많이 다녔다.

알쓸신잡에서 나온 춘천 카페로 훌쩍 운전해서 떠나기도 하고 바다가 보고 싶을 때

운전을 해서 어디라도 다녔기 때문이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게 된 이후로 한 번씩 둘이서 롯데월드를 가거나 간단한 점심을 시간 내어 먹기도 하곤 했는데, 아이가 점차 부모와 함께하고자 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자연스레 우리 부부의 시간은 줄어들었다.

아파트에서 부부의 시간이라고 해봤자 배달을 시켜 넷플릭스 영화 한 편을 보고 나면

어느덧 자정이 끝나있었고, 그것도 서로 기분이 나쁘거나 상해 말 다툼한 날이면

대피할 곳 없이 나는 거실에 남편은 안방과 서재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주택으로 이사 온 이후로 남편은 매일 저녁 밤하늘을 혼자 감상하며 커피를 마시거나

맥주 한잔 했고 나도 따뜻한 저녁이나 아이가 일찍 잠든 오후에는 남편과 함께 차를 마시거나 라면을 끓여 먹으면서 바깥 경치를 구경하는 우리의 시간이 많아졌다.

비가 와도, 날이 추워도, 날이 더워도, 언제나 바깥 경치는 보기 좋았고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있다 보면 서로 부족한 이야기 미안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내게 되고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는 계기가 되어주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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