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땐 그냥 울면 되지
가끔, 아니 조금은 더 자주 울고 싶을 때가 있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들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약속시간에 늦어 거침없이 내 차를 몰아붙이는 와중에 툭하면 기가 막히게도 매번 빨간불로 내 차를 세워대는 저 밉상 신호등과, 이상하게도 내가 타려 할 때면 평소의 세배는 되는 듯한 지하철의 야속한 배차간격을 보여주는 저 감정 없는 지하철의 전광판을 바라보노라면.
때론 슬퍼서, 때론 화가 나서 눈물이 나려 하지만 그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왜냐? 난 수십 년 동안이나 사회화된 인간이니까. 좀처럼 되지 않는다. 여간해서 눈물을 보이기가 쉽지가 않다.
울고 싶은데, 울 수가 없는, 눈물을 흘리고 싶은데, 흘릴 수가 없는, 이건 뭔가?
난 울고 싶은 건가? 울고 싶지 않은 건가? 울고 싶지 않은데 울고 싶은 척하는 건가? 이도저도 아닌데, 그냥 감상에 젖은 건가? 혼란도 이런 혼란일 수가 없다.
이럴 때면 난 내 눈물을 흐르게 해 줄 무언가를 찾는 것 같다.
뜬금없이 들려오는 k-pop 가사의 한 소절이 내가 있는 힘을 쏟아내어 틀어막고 있던 감정을 허물어트리기도 하고, 가끔 생각 없이 보곤 하는 드라마의 한 마디 대사가, 내가 살아 보지 못했던 삶을 살고 있는 영화 속 주인공의 모습과 그의 말 속에서, 난 그렇게 운다.
울만 해서 우는 건지, 내가 울고 싶어서 울 수 있는 핑계를 찾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꼭 중요한가?
굳이 프로이트를 들먹이며 내 정신 상태를 분석할 필요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
난 그냥 지금 좀 힘들었던 거다.
그래서 울고 싶었던 거고,
그게 뭐 큰 잘못도 아니고, 그리 창피한 일도 아닐 것이다. 아니, 그냥 아니라고 우기련다.
굳이 이유를 찾을 필요가 있을까? 꼭? 안 그래도 삶은 고단한데.
살다 보면, 그냥 그럴 때가 있다.
그냥 웃음이 날 때도 있고, 그냥 눈물이 흐르기도 한다.
이럴 때도, 저럴 때도, 그냥 그럴 때가 있다.
그럴 땐, 그냥 애써 참고 있던 눈물을 시원하게 터트려줄 무언가에 기대자.
그게 책이든, 음악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나에게 불친절하게 대한 편의점 알바의 영혼 없는 한 마디이든.
그로 인해, 난 또 울고, 아이러니하게도 살아낼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