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색유취 Nov 11. 2023

창업, 함께하는 즐거움과 직원들을 믿는다는 것

어디에나 좋은 사람들은 항상 있다

창업 후 2년 남짓 사업을 하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깨달은 것이 있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생각도 있다. 20년의 직장생활 동안 나름 많은 노하우를 갖게 되었고, 사업을 하면서 그간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됨과 동시에 여전히 유효한 것도 있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다.


같은 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다. 결국은 판이 달라졌다는 것이고 판이 다르기에 새로운 룰과 지식이 필요하지만 기존에 쌓아온 노하우와 생각들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되기도 한다. 


사회적인 입지와 시선이 달라지기도 했다. 이름을 말하면 알법한 중견기업의 임원이라는 자리가 주는 안도감 또는 조금은 우쭐한 자부심. 그것을 부추기는 주변의 달달한 멘트들. 그것들에 취하지 말아야겠다는 자기 각성의 노력도 완전할 수는 없었다. 창업, 사업, 스타트업. 꽤나 이써빌리티한듯한 표현들이지만 현실에서는 그냥 소기업 사장일 뿐이다. 이건 나 스스로도 그리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변의 시선과 표현 또한 내가 주제파악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 대표님. 멋져!", "부럽다!", "금방, 부자 되겠네.", "투자 필요하면 얘기해."라는 얘기를 종종 듣긴 하지만 그 말이 반은 맞고 반은 전혀 다른 의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리스크를 알기에 행동하지 못했던 본인들의 두려움을 나라는 존재를 통해 대리만족 했을 뿐이며, 그 이후의 현실이 녹녹지 않음을 잘 알기에 그냥 듣기 좋은 말만 했을 뿐이라는 것을 사업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알게 되었다.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 많은 말들이 들려온다. 보통은 "왜 그랬냐?", "더 다니지 그랬어?", "다시 들어가"라는 말들이 80~90%이고, 지극히 소수의 사람들만 "잘했다", "잘 될 거야"라고 말하곤 한다. 그런데, 무엇이 맞는 말이고, 무엇이 세상을 현명하게 살게 해주는 말이든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나는 이 현실에서 어떡하든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아무튼, 사설이 길었고, 소기업 대표로서의 삶을 산 지 만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은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이고, 중견기업을 다닐 때 뽑을 수 있었던 사람들과 소기업 대표로서 뽑을 수 있는 사람들의 차이가 있다는 걸 인정하기도 하지만 절대적인 건 아니라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소기업의 직원 채용은 너무나 어렵다. 지난 포스팅에 상처받은 내 마음을 구구절절하게 써 놓았듯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사람들은 곳곳에 있다. 물론, 우리 회사 같은 소기업에서 스펙 좋고 대기업 출신임을 자랑하는 경력사원을 뽑기란 하늘에 별따기만큼 어렵다. 사실, 못 뽑는다. 와주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와준다고 해도 연봉을 맞춰줄 능력이 없기에 스스로 포기하게 된다. 


그래서, 내 현실에 맞는 사람들을 찾는다. 학벌도 나이도, 기존에 다녔던 회사의 규모까지도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 물론, 과거에 직장 내에서 직원을 뽑을 때에도 학벌, 학력을 안 보기는 했었다. 사람과 능력과 잠재력만 본다. 이건 직장생활을 할 때나 사업을 하는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은 점이지만, 면접자는 당연히 다르다. 우린 소기업이기에 그들은 불안하다. 이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망하진 않을 회사인지, 월급은 끊기지 않고 나올지. 사실 이건 당연한 거다. 나 같아도 그런 불안감을 느낄 것이며, 조금이라도 인지도가 있는 회사에서 오퍼가 온다면 생각도 하지 않고 그곳으로 달려갈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나와 함께하고 있는 지금의 직원들이 소중하다. 그들이 무엇을 보고 나와 함께 해줄까? 속내까지는 내가 알 길이 없지만, 듣보잡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내 말과 비전을 믿고(사실 믿는지는 알 수 없지만) 본인의 역량을 다 끌어내려고 하는 그 모습, 그 마음이 고맙다. 물론, 2년이란 짧은 시간 동안 자의든 타의든 몇 명의 직원들을 떠나보내기도 했었고 그로 인해 마음고생도 많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직원들과 함께 하고 있고, 앞으로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믿고 맡기고, 스스로 하는 능력을 기르도록 유도하고, 이를 통해 일의 재미를 느끼도록 하는 것. 그것을 통해 회사는 성장할 것이다. 내가 해야 할 일은 그동안 내가 한 약속들을 꼭 지키겠다는 다짐과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회사를 성장시켜야 된다는 숙제를 해내는 것이리라.


사람으로 인해 직원으로 인해 상처를 받는 순간들이 앞으로도 있겠지만, 전에 했던 다짐들을 떠올리면서 믿고 앞으로 가야겠다고 다시 한번 스스로 세뇌를 한다. 또한, 그들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회사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들이 잘못된 행동을 하고 떠나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머리에 심는다. 


대표는 잘해야 된다. 잘하자. 그들이 잘못된 것이 아니다.




작가의 이전글 소기업, 채용의 고단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