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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표범 May 13. 2018

신입사원 교육의 목적?

"난 군대를 재 입대 했다."

대기업 4년...

스타트업 3년...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참 회사생활 불편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규모가 큰 기업들은 대부분 신입사원 연수를 한다.

연초에 길에서 정장과 함께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무리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100% 신입사원 연수생들이다. 신입사원 특유의 긴장감과 설레임을 엿볼수 있다.


나 또한 LG전자에 입사했을 때, 그룹연수와 사업부 연수까지 포함하여 총 6주간의 신입교육을 받았다.

생각보다 긴 연수프로그램에 내심 놀랐던 기억이 있다.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신입사원 교육의 목적은 단 하나다 '회사인간으로의 재사회화'


지금까지 생활방식과 패턴을 버리게 하고 회사 인간으로 탈 바꿈하는 작업이다.

그래서 신입연수의 분위기는 굉장히 경직되고 보수적이다. 모든 복장은 어두운 계열의 정장, 교육시간표도 굉장히 타이트 하다. 교육내용도 내가 하게 될 실무적인 것 보다 창업자의 가치관이나 회사 역사, 핵심가치등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각 교육이 끝날 때마다 수료식이라는 것을 시행한다. 대체적으로 모든 수료식은 비슷하다. 커다란 강당에 모여서 연수기관의 책임자 혹은 임원들이 오셔서 짧은 훈화 말씀을 하신다.


"여러분 교육 받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현업에 가셔서 모두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합시다.
"여러분들은 회사의 소중한 인재입니다!!."


이런 와중의 많은 신입사원들은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 빡센 연수 후 육체적 피로감 때문 일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임원분들의 하는 이야기가 크게 와닿지 않고, 재미도 없기 때문이다.

밀레니엄 세대의 신입사원들은 회사를 위해 개인을 희생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은 그에 맞는 보수와  개인의 삶도 보장이 되었을 때 열심히 일한다. 이렇게 서로가 다른 가치관과 환경에서 살아온 우리들은 서로가 평행선인 상태에서 수료식을 마무리 한다.

허공속의 메아리...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을 회사에서 들을줄이야..>


내가 신입사원 교육 담당자가 되었을 때 그런 수료식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난 이 재 사회화의 마지막이 재미와 즐거움으로 가득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회사라는 존재가 그렇게 어렵고 힘들게 다가오지 않았으면 했다.

그래서 나는 미국의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많이 하는 프롬(prom)을 보고 파티형식의 수료식을 생각하였다.

나의 시나리오는 이러 했다.


1)클럽에서 수료식을 진행한다
2)인원이 오셔서 딱 이 한마디만 한다.
 "여러분 교육받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늘은 여러분들 열심히 노는 자리니까 신나게 즐거워 해주세요"
 "저희들도 여러분들이랑 조금만 놀다가 빨리 빠져드리겠습니다."
3)신입사원들은 즐거워 하면서 재미있게 놀고 그 결과를 개인 SNS에 올려 회사의 쿨함이 퍼지도록 한다.


이런 즐거운 상상을 현실에 옮기기도 전에 나는 한 과장님의 이야기에 좌절하고 말았다.

"야 다 좋은데 윗분들이 그렇게 하겠냐? 그리고 성폭행 일어 나면 어쩔려고 그래?"


뒷말은 더 하지 않겠다..

회사차원에서 성사는 되지 않았지만, 난 재미와 즐거움으로 가득찬 수료식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결국 난 작은 반란을 일으키기로 했다. 회사차원에서의 일반적인 수료식이 끝난 후, 난 대형비전에다가 클럽 포스터를 올리며 이렇게 이야기 했다.


"회사차원에서의 수료식은 끝났지만, 여러분과 저와의 수료식이 남았기 때문에 오늘 신나게 놉시다."


결국 자발적으로 참여한 신입사원들과 신나게 놀았던 기억이 있다.

많은 언론 매체에서 4차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융통성, 창의력을 가지는 인재상을 요구 하고 있다. 이에 많은 기업들이 이에 맞는 조직문화를 갖출려고 하고 있지만 유독 기업연수 방식은 아직도 행군, 집단군무 등의 전근대적인 모습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행이 신입사원 연수 중 여직원들 한테 피임약을 주면서 행군을 하게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물론 신입사원 교육연수를 통해 회사에 대한 애정과 충성심을 고취시키는 것은 좋다고 본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는 절대로 회사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을 것이다. 까라면 까는 세대가 아니다. 보여주기식 4차산업 조직문화에 신경 쓸 일이 아니라 기본적인 신입사원 연수부터 살펴봤으면 좋겠다.

앞으로 쿨한 신입사원연수가 SNS에 떠돌아 다니는 장면을 상상해 본다.



직장생활 프로불편러 이자 직장생활 행복전도사
표범 올림

더 빡치고 시원한 이야기는 팟캐스트에서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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