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표범 Jun 14. 2018

꼰대의 육하원칙

대기업 4년...

스타트업 3년...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참 회사생활 불편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직장생활을 하면서 많은 보통 꼰대부터 영꼰대 까지 많은 꼰대들을 겪어 봤다. 그들과 함께 회사생활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대화를 하면 같은 언어임에도 불구하고 소통이 되지 않았고, 나중에는 그냥 포기하는 것이 나에게 더욱 현명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꼰대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몇 가지 꼰대에 대한 편견을 이야기하겠다. 


꼰대는 나이와 상관관계가 있는가? 

내가 LG전자에 있을 때 겪었던 꼰대는 대부분 와이셔츠에 안에는 하얀 메리야스 그리고 배가 불뚝 튀어나온 중년의 남성이었다. 하지만 후에 스타트업 회사 생활도 해 보면서 젊은 꼰대 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꼰대는 나이와 상관관계가 없었다.  


꼰대는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는가? 

내가 첫 직장에서 나보다 2년 먼저 온 동갑의 여 선배가 있었다. 보자마자 반말을 하고 나를 마치 애 다루듯이 했다. 심지어는 회의시간에 다 보는 앞에서 춤춰보라고 까지 했다. "회사생활이 다 그런 거야"라는 그녀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히 들린다. 그리고 다른 여자 사원이 빨리 퇴근하면 선배가 퇴근하기 전까지 퇴근하지 말라고도 했다. 

이로 인해 꼰대는 성별과 관계가 없음을 알게 되었다.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는 다양한 꼰대를 경험해 보면서 다음과 같은 원칙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른바 꼰대의 육하원칙이다. 


1.Who = 내가 누군지 알아? 

직원들 앞에서 자기 과신의 용도로 많이 이야기한다. 이와 함께 내가 왕년에 말이야 도 함께 시전 한다. 이러면서  본인의 증명되지 않는 과거를 계속해서 지껄인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중심에는 '나'만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의 모든 중심은 나다. 내가 모든 것을 이루었고 내가 잘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한다. 듣기 좋은 말도 여러 번 들으면 신경질이 나는 법. 그들은 상대방이 어떠한 반응을 보이는 것에 대해 상관없이 끊임없에 '나'에 대해 이야기한다. 


2.When = 내가 너 때는 말이야  

본인은 온갖 상황에서 버티고 버텨서 이 자리에 왔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소위 말하는 요즘 것들이랑 비교를 많이 한다. "요즘 애들은 말이야..."이들에게 있어서 회식도 또 하나의 무용담이 된다. 내가 들었던 가장 황당한 회식 무용담은 새벽 5시까지 술을 엄청 먹고, 사우나 가서 찬물에 샤워하고 바로 사무실로 출근하여 업무를 했었다고 한다. 또 다른 에피소드도 있다. 자기는 일만 하느라 집이 이사 간 줄도 모르고 이사 가기 전의 집에 가는 바람에 황당해 한적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준다. 그러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요즘애들은 왜 애가 아프다고 연차를 써?" 


3.Where = 어디서 감히? 

나의 말이 곧 진리이며 법이다. 단, 조건이 있다. 회사 내의 서열관계에 의해서만 '어디서 감히'이다. 자기보다 파워가 있거나 직급이 높으면 세상 부드러운 순한 양이 된다. 전형적인 '강약약강'이다. 나 또한 꼰대 팀장의 요청대로 일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팀장보다 직급이 높은 실장이 나에게 왜 이러한 방향으로 일을 하냐고 질문을 하였다. 그때 갑자기 꼰대 팀장의 왈 "너 내가 말한 방향을 잘 이해 못했구나?"  난 순간 얼음처럼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4.What = 네가 뭘 안다고? 

그들은 기본적으로 남의 말(=아랫사람)을 잘 듣지 않는다. 실무자가 무언가 의견을 내면 나도 다 예전에 해본 것이며 소용이 없다고 한다. 여기서 곱씹어 볼 것은 당신이 해서 안된 것일 수 있지 않은가. 또한 그들은 자신의 실수를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있어서 실수를 인정하는 것은 치욕이라고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큰소리를 내고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이러면서 점점 실무자는 동기부여를 잃게 되고 상급자가 시키는 대로만 하는 수동적인 직원이 된다. 


5.How = 어떻게 해? 

항상 대접받기를 원하는 이들이 조용해질 때가 있다. 바로 기본적인 액셀이나 PPT 또는 새로운 IT기기를 다룰 때다. 파워포인트에 자간이 안 맞으면 불러서 자간 좀 맞추라고 한다. 엑셀에서 아주 기초적인 함수를 사용 못해(이를테면 더하기, 곱하기) 다시 해달라고 한다. 어떤 부서는 팀장이 스마트폰으로 바꿨는 데 사용할 줄을 몰라 하루 종일 젊은 직원 한 명이 달라붙어서 앱을 깔아줬다는 일화도 있다. 결론적으로 이들은 새로 배울 생각이 없다. 혹여나 배워볼 요량이면 나이를 핑계대면서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시키는 것이 더 편하기 때문이다.  


6.Why = 내가 그걸 왜  

꼰대의 기본 성향의 하나인 권위주의적 사고방식에 나온다. 회식자리에서는 자기 옷 하나 옷걸이에 못 건다. 가끔씩 출근하는 부하직원을 시켜 담배 심부름도 시킨다. 여직원들은 꼰대의 책상 정리도 해주고 가끔씩 커피도 타 준다. 특히 일을 할 때 이런 성향이 더 잘 나온다. 부하직원에게 조직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지만 정작 자기가 하기 싫거나 못할 것 같으면 본인이 이것을 왜 해야 하는지 일장 연설 같은 변명을 늘어놓는다. 기본적으로는 내가 이 짬밥에 이거까지 해야 하냐?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꼰대들을 경험해 본 결과 그들은 변하지 않았다. 가끔씩 변화한 것 같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으나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꼰대들을 대처 방법은 별로 없는 듯하다. 퇴사 각오하고 들이받거나, 참거나.   

가장 큰 문제는 꼰대들의 행위가 남에게 피해를 주는 갑질 행위까지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위에 6가지 원칙을 보면서 과연 나는 현재 꼰대인지 스스로 판단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여기서 무서운 점은 꼰대는 스스로가 꼰대인 것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Who (내가 누군 줄 알아?) / What (네가 뭘 안다고?) / Where (어딜 감히?) / When (내가 예전에 다 했던 거야) / How (어떻게 해?) / Why (내가 그걸 왜?) 

- 꼰대의 육하원칙. 



직장생활 프로불편러 이자 직장생활 행복전도사
표범 올림

더 빡치고 시원한 이야기는 팟캐스트에서 뵈요

www.podbbang.com/ch/8333
매거진의 이전글 꼰대들은 이해 못하는 '노오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