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스페셜 '취준진담 역지사지 면접 프로젝트'를 보고
서울생활 30년,
시골생활 3개월 차
비슷한 듯 다른 직장생활에 대하여
취업준비생, 중고 신입이
회사의 경영진을 평가하는 면접?
취준생,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상상해본 일이 일어났다.
6월 11일 SBS스페셜에서는
취준진담 역지사지 면접이라는 주제로
회사가 입사지원자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취준생들이 회사를 평가하는 면접이 진행됐다.
이력서, 자소서, 면접에서
자기의 이야기만 하던 취준생 6명이
면접관이 되어 복지, 급여 등
회사에게는 민감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고,
경영진의 가치관에 대해서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다.
방송에서 회사명은 가려졌지만,
티웨이항공 경영상무
오가다 대표
여기어때(위드이노베이션) 인사 이사
3개 회사의 경영진이
면접자 자리에 앉았다.
단체면접, 개별면접,
술자리 면접, 프로젝트 발표 등
4가지 단계로 면접이 진행됐고,
종합적인 평가를 통해
최종적으로 취준생이 원하는 회사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면접이 진행됐다.
나 또한 취준생, 직장인,
퇴사자, 중고신인이었기에
참신한 면접에 관심을 가지고
방송을 지켜봤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씁쓸하고 아쉬움이 많은 면접이었다.
신입사원 퇴사율이 20%가 넘고,
대한민국 청년 실업률이
나날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년에 입장에서 노력이 아닌
노오력을 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
사회현상을 꼬집고자 기획한 것 같은데...
방송을 본 후
기억에 남은 것은
취준생 입장에서는 여전히 급여가
회사를 평가하는 가장 큰 기준이고,
회사에서는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여전히 이력서와 자격증에서
벗어나지 못했구나라는 아쉬움뿐이었다.
티웨이항공 상무님은 취준생들에게
열정을 강요하는 '꼰대'의 모습으로 비쳤지만,
급여와 성과의 20%를 직원에게
돌려준다는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최종적으로
3명에게 선택을 받았다.
오가다 대표의 경우 젊은 CEO로써
직원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어필했지만,
최종적으로 아무에게도 선택받지 못했다.
소통이라는 부분이 취준생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가지 않은 듯하다.
여기어때 이사의 경우 스타트업 회사 임원인 만큼
기존 기업들과 달리 자유로운 느낌으로
다양한 복지를 이야기했지만,
앞으로 회사의 성장이 보장되지 않았기에
최종적으로 1명에게 선택을 받았다.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오가다와 여기어때 모두 훌륭한 회사지만,
취준생 입장에서는 아직 작은 규모에
불완전한 회사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가다와 여기어때는
젊은 기업이며 이제 막 궤도에 오른 회사로
앞으로의 성장이 더 기대되지만,
취준생 입장에서는
성장에 수반된 업무량과 야근
그리고 그에 따르는 작은 수당이
더 큰 고민인 셈이다.
물론 티웨이항공도 직원들을 위해
다양한 복지정책을 시도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지만,
방송에서 나온 흐름으로만 이해했을 때
꼰대의 모습을 싫어하던 취준생들이
결과적으로 연봉을 기준으로 회사를
선택하는 모습을 보며 아쉬움이 남았다.
반면,
만약 내가 해당 프로그램에
취준생으로 참여해 기업을 평가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3개 회사 모두
대외적으로 봤을 때
매력적인 업체이지만,
나는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방송에 비친 3개 회사 경영진을
내 나름대로 판단했을 때
모두 불합격이다.
갑작스럽게 역할을 바꿔 진행된 면접이기에
3개 회사 경영진 모두 당황했겠지만,
곧 상황에 적응하고 취준생들의 질문에
눈치를 보며 소신껏 대답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술자리 면접에서
(제작진이 귀띔해주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기존 경영자 입장에서 (또는 꼰대의 입장에서)
취준생들에게 조언하고 가르치려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숙소로 돌아와서는
제작진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블라인드 처리된 취준생들의 이력서를 보며
'이 친구는 경력이 중구난방이구만'
평가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인사담당자의 실체를 낱낱이 보여준 것 같다.
특히, 3개 회사의 경영진들은
마지막 면접으로
'나에게 노오력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발표하는 자리가 마련됐는데...
자기가 뛴 경로를 노力으로 표시하거나,
스케치북에 '꼰대의 잔소리'를 하거나,
3명 중 어느 한 명도 주제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고
취준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경영진은 없었다.
전날 준비하면서 '노오력'을 검색하면서
그 의미까지 파악했으면서 말이다.
어떻게 보면 최종 면접 자리에서
회사의 경영진이라는 사람들이
주제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지 않고
자기 말만 하고 앉아 있으니...
방송주제처럼 역지사지로
최종 면접에서
취준생들이 위와 같은 발표를 했다면,
경영진들을 광탈을 시켰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 세상에 완벽한 회사(?)는 없다.
회사 입장에서도 완벽한 직장인(?)
또한 없는 존재이다.
다만, 매년 청년 실업률은
사회의 문제로 남아있고,
구인구직난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프로그램을 통해
회사는 취준생과 직장인의 입장을
취준생은 직장인과 회사의 입장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