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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표범 Jun 04. 2018

워크샵 대참사

당일치기 VS 1박2일

대기업 4년...

스타트업 3년...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참 회사생활 불편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무조건 워크샵은 1박2일이다. 당일치기는 의미가 없어!!"


내가 LG전자에서 총무 일을 할 때 위의 과장님으로부터 들었던 내용이다.

총무란 팀 내 회식, 워크샵을 기획하고 생일자를 챙기는 일이다. 

말이 기획이지 실제로는 상사분들이 원하는 바를 재빠르게 파악하여 워크샵 일정을 무리 없이 진행하는 일이다. 아주 귀찮은 일이다. 그래서 주로 팀의 막내가 이 일을 하게 된다.


워크샵 시즌이 다녀오면 팀 내의 분위기는 극명하게 두 개로 나뉜다.

당일치기 VS 1박 2일 


당일 파는 주로 대리급 이하의 젊은 층이 주를 이루고 , 1박 2일파는 과장급 이상(주로 유부남들)이 주를 이룬다.

이때부터 총무는 바빠지기 시작한다. 마치 노사협의처럼 양쪽 간의 긴장을 해소하고 서로가 원하는 합의점을 이끌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무는 막내가 한다. 어느 쪽 편을 들던지 욕을 먹기 십상이다.  

나 또한 워크샵 시즌이 왔을 때, 많은 청탁(?)과 외압이 있었다. 

양쪽의 입장차는 극명했다. 다만 상대적으로 당일파가 낮은 직급으로 인해 그 의견을 제대로 피력하지 못한다. 


워크샵 으로 인해 팀에서 회의를 하게 되면 항상 주도권은 1박 2일 파가 쥐게 된다. 표면적인 이유는 

1박 2일 동안 함께 보내면서 대화 기회도 많고 술도 한잔하면서 직급 간의 벽을 허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 이유는 따로 있다. 유부남들이 합법적으로 외박을 하면서 술을 진탕 먹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의견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하는 당일파가 안타까웠고, 어떻게든 외박을 하고 싶어 하는 1박 2일 파가 한심스러웠다. 나 또한 당일파였다. 1박 2일은 죽어도 가기가 싫었다. 술만 많이 마시고 생산적인 대화는 없을 그런 그림이 상상되었다. 그들이 주장하는 직급 간의 벽을 허물 수도 없을 것 같았다.

난 고심 끝에 이렇게 주장하였다.


"1박 2일 같은 당일치기를 기획해 보겠습니다."


팀원들은 나의 의견에 흥미를 보였다. 난 바로 색다른 느낌의 워크샵을 제안했다. 이른바 '가로수길 투어'

였다. 점심 전에 모여 가로수길의 분위기를 느끼고 핫한 커피숍과 맛집을 간 다음, 영화도 보고 저녁에는 음악과 술이 제공되는 볼링장에서 볼링도 치는 코스였다. 나름 비는 시간도 없었고, 많은 이동이 필요 없었으며 무엇보다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워크샵이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고 특히 1박 2일 파가 매우 만족해했다. 소위 말하는 젊은이들이 잘 가는 핫 플레이스에서 경험을 했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꼈다. 또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본인이 경험한 것을 다른 팀 동료들에게 자랑하고 다녔다고 한다.


워크샵이란 것은 과연 무엇일까?

워크샵은 본래 일종의 세미나로서 어떠한 주제에 대해 개인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나 생각을 교류하는 장이다. 하지만 이것이 한국 특유의 술 문화 뒤풀이 문화와 엮이면서 주객이 전도되었다. 물론 환경을 바꿔서 다른 장소에서 업무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매우 좋은 시도이다. 하지만 이것이 꼭 1박 2일 술과 결부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난 그 이후로 어떤 조직을 갈 때마다 워크샵은 무조건 당일치기로 하자고 주장한다. 우선 당일치기로 하면 좋은 점은 구성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대부분의 워크샵은 금-토로 가기 때문에 토요일까지 일정이 있다. 워라밸을 중요시하는 요즘 세대의 직장인들에겐 토요일까지 보내는 것은 너무나 힘들다.

두번째로 가성비가 좋다. 1박 2일로 하면 보낸 시간만큼 예산이 많이 소비된다. 하지만 당일치기는 그만큼 예산도 적고 핵심적인 활동만 하면 되니깐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용을 낼 수 있다.


그래서 난 아래와 같이 워크샵에 대해서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119 워크샵 운동>

1 : 1일 동안

1 : 회사 위치 기준 1시간 거리에서

9 : 9시간 내로 끝내자! 


아직도 워크샵은 1박 2일 + 술이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이 기회에 당일치기 워크샵으로 시도해 보시기 바란다. 아마도 오히려 직원들의 사기와 팀 멤버십이 올라간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직장생활 프로불편러 이자 직장생활 행복전도사
표범 올림

더 빡치고 시원한 이야기는 팟캐스트에서 뵈요

www.podbbang.com/ch/8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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