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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표범 May 23. 2018

퇴근후의 삶은 나의 것이 아니었다.

"너가 빨리가는 것이 이슈야"

대기업 4년...

스타트업 3년...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참 회사생활 불편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내가 직장인의 난을 하게 된 주된 이유는 직장 내 이해할 수 없는 조직문화 들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서였다. 많은 것들이 있었지만 그중에 가장 큰 것은 퇴근 문화였다.


LG전자에서의 공식적인 근무 시간은 8-5이었다. 8-5 의 장점은 퇴근이 빠르기 때문에 퇴근 후 여유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 아주 큰 전제조건이 있다. ‘5시에 퇴근을 해야만 한다.’

사무실 출근 첫날 5시 퇴근에 대한 장점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후 5시...... 무엇 하나 이상할 것 없이 모든 사람이 자연스럽게 업무를 하고 있었다. 누구도 퇴근하는 사람이 없었다. 마치 으레 그래 왔듯이, 앞으로도 변할 것은 없다는 듯이 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 또한 5시에 퇴근을 할 수가 없었다. 나의 5시 이후의 시간은 나의 것임이 아닌 것을 깨달았다.


신입사원 당시 정확한 업무 역할이 정해지지 않았을 때, 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퇴근을 하기 시작했다.

잔잔한 물결에 하나의 작은 파도가 일은 것이다. 하지만 나도 눈치는 있는 인간이라 5시 땡 치면 퇴근하지는 않았다. 이리저리 시간을 살펴보다가 대충 6시와 6시 반 사이에 퇴근을 시도(?) 하게 되었다. 팀원들 어느 누구도 나의 퇴근에 눈치를 주지 않았다. 나는 그 후 1주일 동안 당당하게 퇴근을 즐겼다. 1주일 후 어느 날이었다. 난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일찍 퇴근하려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팀의 과장님이 나에게 다가오시면서 말했다.


"우리 팀의 큰 이슈가 생겼어!"


난 팀의 이슈가 있다고 하길래 뭔가 사고가 터진 줄 알았다. 난 놀라서 되 물었다.

"어떤 이슈인가요!?"
"너가 빨리 가는 것이 이슈야."
"....."


난 순간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고, 어떠한 표정을 지을 수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 똥 씹은 표정이었을 것이다. 실제적으로는 팀원들이 눈치를 주었던 것이 아닌 일부러 안 주었던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들 스스로 한계를 측정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나에게 말을 걸었을 것이고, 조직의 쓴맛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이것이 조직이다. 넌 절대로 칼퇴를 하면 안 돼!!'


난 그렇게 점점 칼퇴를 못하는 직장인이 되어 갈 무렵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정시퇴근이 사내적으로 많은 관심사가 되었다. 그래서 회사 조직문화 팀에서는 격주 금요일마다 5시에 퇴근하여 가족과 시간을 보내라는 의미의 패밀리 데이라는 것을 시행하게 되었다. 얼마나 퇴근을 제때 하지 못하면 저런 제도까지 시행하여야 하나…… 회의감이 들었다. 그리고 제도가 잘 시행될까 하는 의심도 들었다.


금요일 어느 날 그날은 패밀리 데이였다. 그래도 그 날 만큼은 합법적(?)으로 칼퇴하는 날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는 조직문화팀의 재미있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5시가 되었다. 패밀리데이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엉덩이를 띄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조직문화 팀장님이 일어나셨다.


"야 오늘 패밀리 데이 자나. 우리 팀이 이 제도 주관인데 우리가 안 가면 되겠냐? 어서들 퇴근들 해"


그러더니 자기 팀 Cell을 한 바퀴 돌면서 퇴근을 종용하셨다. 그러나 팀원 누구도 자신 있게 퇴근을 하지 않았다.그러던 와중에 한 바퀴 돌고 난 조직문화 팀장님은 본인 자리에 앉으셨다. 그리고 팀원 중 한 명이 물었다.


"팀장님은 퇴근 안 하세요?"
"응. 난 지금 할게 좀 남아서 지금 퇴근 못해"
"..."


퇴근하라는 것은 정말로 퇴근하라는 의미가 아니란 것을 팀원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팀장님이 퇴근하지 않으면 본인들도 퇴근하지 못하는 것도 알고 있었다.

제도를 주관하는 팀조차 눈치를 보면서 퇴근을 하는데 하물며 다른 팀들은 어떠하였을까? 소름이 돋는다.


<우리가 야근하는 이유 by 사람인>


현재도 한국의 많은 직장인들은 칼퇴의 꿈을 꾸며 늦게 퇴근을 한다. 칼퇴를 못하는 주요 이유로 상사 눈치, 야근문화 등이 여전히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제도만으로 정시 퇴근 문화를 확립한다는 것은 누구 머리에서 나온 생각일까?

실제로 지켜지지 않는 제도를 위한 제도가 회사에 많아진다면 구성원들의 동기부여는 더욱 떨어질 것이다. 어차피 안 지켜질 제도이기 때문이다. 많은 회사들이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다.

정말 한국사회에서 팀장님 혹은 상사가 쿨하게 정시 퇴근하는 모습을 볼 수 없는 건가?

나 먼저 퇴근할 테니 너희들도 어서 퇴근해 라는 리더들이 많아지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직장생활 프로불편러 이자 직장생활 행복전도사
표범 올림

더 빡치고 시원한 이야기는 팟캐스트에서 뵈요

www.podbbang.com/ch/8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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