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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평가의 계절, 그 불편한 진실”

by 최우형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한 가지 계절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평가 시즌입니다.

사무실 한편에서는 누군가 조용히 자기 회고를 마음에 쓰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매니저가 무거운 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불편한 계절, 그것이 평가 시즌입니다.


평가는 왜 늘 이렇게 불편할까


평가는 객관과 주관이 얽힌 아주 복잡한 작업입니다.

매니저는 공정하게 하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그 판단에는 ‘기억의 선명도’, ‘관계의 거리감’, ‘성장의 곡선’ 같은 수치화할 수 없는 요소들이 얽혀 있습니다.

평가를 받는 입장에서는, 열심히 했다는 마음과 보인 결과물 사이의 간극에 자꾸 시선이 머뭅니다.

“나보다 성과가 떨어진 것 같은 동료는 왜 더 좋은 평가를 받았을까?”

“올해는 내가 진짜 모든 걸 쏟아부었는데… 왜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걸까?”

그래서 평가 이후에는 속상함, 비교, 실망, 그리고 때로는 불신이 공기 중에 감돌기도 합니다.


관계의 기록, 360도 피드백


제가 속한 조직은 360도 피드백 시스템을 운영합니다.

동료들에게 제 강점과 개선점을 요청하고, 제가 함께 일한 수십 명에게 그들의 장점을 하나하나 정리해 전합니다.

보통 저는 매년 40명 이상에게 평가를 요청하고, 또 작성합니다.

처음에는 숫자에 압도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피드백이 단순한 평가가 아니라, 관계의 기록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매니저의 시선에서 놓칠 수 있는 것,

성과라는 이름 아래 가려지는 팀워크의 온기,

문서에는 담기지 않는 저에 대한 시선들이 , 동료들의 한 줄 한 줄에 담겨 있습니다.


평가 시즌은 결국 ‘정렬의 시간’입니다


회사는 한 해를 마무리하며, 구성원의 성장 곡선과 조직의 방향성을 정렬합니다.

때로는 방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아쉽게 평가가 낮을 수도 있고,

성장보다 역할 수행의 안정성에 무게가 실릴 수도 있습니다.

평가를 하는 매니저 입장에서도, 이 시기는 무겁습니다.

수십 명의 성과를 되짚고, 서로 비교하고, 정량화하고, 설득하는 과정은

단 한 명이라도 억울한 사람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하지만 누구도 완벽한 평가자는 아닙니다.

기억은 때때로 흐리고, 수치는 때로는 온기를 담지 못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건, 평가 이후에 어떤 대화가 오가는가,

그 대화에서 어떤 신뢰가 생기는 가입니다.


평가 이후, 나눠야 할 한 문장들


누군가 평가에 아쉬워하며 돌아설 때,

그에게 전해주거나, 듣고 싶은 한 마디가 있습니다.

“올해의 점수는 당신의 전부를 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이 올해 보여준 진심을 잊지 않을 겁니다.”

평가는 숫자로 남지만, 성장은 태도로 남습니다.

그리고 그 태도는 결국, 더 나은 다음 해로 이끌어 줍니다.

그리고.... 평가에서 원하는 건 어쩌면 온기 있는 한마디 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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