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직장에서 일한 지 어느덧 5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그 시간 동안 참 많은 팀과 사람들을 만났고, 그동안 회사의 규모도 놀랍도록 커졌습니다.
이제는 어느 부서에 누가 있는지도 정확히 알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직무와 역할의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낯선 시작, 따뜻한 연결
3년 동안 저는 AWS Summit Seoul이라는 큰 컨퍼런스의 콘텐츠 기획을 맡았습니다.
자연스럽게 여러 부서와 긴밀하게 협업하게 되었고, 그때의 인연으로 몇몇 분들과는 이후에도 종종 연락을 주고받게 되었습니다.
2년 전 즈음, 한 분이 조심스럽게 제게 연락을 주셨습니다.
자신이 주도하고 있는 다른 컨퍼런스에 대해 조언을 구하고 싶다며, 제 경험을 나눠줄 수 있겠느냐고요.
그렇게 함께 일하게 되었고, 그분은 저에게 좋은 인상으로 남았습니다.
그리고 몇 개월 전, 차일피일 미루던 점심 약속을 마침내 잡게 되었습니다.
점심을 마친 후, 조용한 카페에서 티타임을 가졌습니다.
일상 이야기, 일의 고민, 조직 문화에 대한 생각들을 자연스럽게 나눴습니다.
그런데 대화를 하면서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분은 어느 누구의 뒷담화도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모두가 조금씩 불편해하는 사람들에 대한 대화에서도, 그 사람들의 장점과 배울 점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뒷담화 없는 대화는 오래 남는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종종 뒷담화에 기대곤 합니다.
뒷담화는 어떤 면에서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쉬운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구나.” “다들 힘들어하는구나.”
이런 식의 위로와 연대는 잠깐의 안도감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은 그 사람의 언어가, 그 사람의 태도가,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여주는 가장 정확한 지표가 됩니다.
말의 온도가 그 사람을 만든다.
그날의 대화는 조용했지만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부드러운 말투, 정제된 표현, 그리고 무엇보다도 타인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오래도록 여운을 남겼습니다.
직장에서 이런 사람을 만난다는 건, 한동안 생각나는 계절을 함께 보내는 것과 같습니다.
언젠가 나도 누군가에게, “그 사람은 참 따뜻했지.”라고 기억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졌습니다.
겸손과 친절도 지능이라고 했던가요? 이것도 꾸준한 삶의 태도와 노력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은 사람의 마음을 닮아 있습니다.
직장에서 매일같이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는, 나도 모르게 나의 시선과 태도가 담깁니다.
뒷담화 없는 대화, 그것은 생각보다 어렵지만, 생각보다 오래 남는 대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