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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에서 “우리는 다투지 않아요”가 위험한 이유

by 최우형

심리적 안전에 대한 여섯 가지 오해와 그 너머


매주 주말이면 집 근처 도서관에서, 가장 먼저 펼쳤던 잡지가 바로 Harvard Business Review(HBR)이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링크드인에 첫 글을 쓰게 되었고 그 주제는 다름 아닌 ‘조직 내의 심리적 안전감’이었습니다.

그 글은 제 링크드인 피드에 많은 분들을 불러왔고, 결과적으로 지금 연간 120만 뷰 이상이 노출되는 여정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Agentic AI 개발 도구에 빠져 HBR을 한동안 못 봤는데, 지난주에 다시 들춰본 HBR 2025년 상반기 인기 아티클 중 하나가 바로 이 글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심리적 안전에 대해 잘못 이해하는 것들” – Amy C. Edmondson & Michaela J. Kerrissey


이 글은 조직의 심리적 안전에 대한 여섯 가지 대표적인 오해를 짚으며, 이 개념이 어떻게 현실에서 잘못 쓰이고 있는지를 명확히 설명합니다.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였고, 여기에 제 경험과 함께 정리해 봅니다.


1/ 심리적 안전 = 다정함??

“우리 팀은 절대 다투지 않아요. 그래서 심리적으로 안전해요.” … 이 말, 들어보셨나요?

사실 이것은 경고 신호일 수 있습니다.

솔직한 대화 없이 마냥 다정하기만 한 팀은 학습하지 않고, 성장하지 못합니다.

진정한 친절은 불편한 말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존중과 배려를 담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2/ 내 의견이 채택되지 않으면 안전하지 않다??

심리적 안전은 말할 수 있는 권리이지, 내 의견이 반드시 채택되어야 한다는 보장은 아닙니다.

작년에 제가 45명의 동료들에게 피드백을 요청했을 때, 피드백 중 한 분이…

“자신의 의견을 받아주지 않아 불편했다”는 긴 글을 남겼습니다.

저 역시 모든 의견을 경청할 수는 있지만, 아닌 건 아닌 것입니다.

심리적 안전은 ‘모두가 같은 결론’을 뜻하지 않습니다.


3/ 심리적 안전 = Job Security??

고용 안정성(Job Security)은 누구나 바라는 것이지만, 심리적 안전은 정책이나 보장이 아닙니다.

그것은 비판과 의문을 표현할 수 있는 환경입니다.

누군가가 공개적으로 질문하고 피드백을 주었다면,

그 자체가 심리적 안전이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습니다.


4/ 심리적 안전은 성과를 떨어뜨린다??

“편하게 해 주면, 책임 안 지려고 하지 않을까?”

리더들이 흔히 하는 걱정입니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심리적 안전 + 높은 책임감” 이 함께할 때, 가장 빠른 학습과 최고의 성과가 나옵니다.

둘 중 하나라도 낮으면 성과는 떨어집니다.


5/ 심리적 안전은 정책으로 만들 수 있다??

2024년 미국에선 심리적 안전에 관한 법안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심리적 안전은 법이 아니라, 리더와 팀원 모두의 일상적인 실천에서 만들어집니다.

문제를 명확히 제기하고, 질문하고 경청하며, 피드백을 주고받는 문화….

이 세 가지가 쌓일 때만 가능합니다.


6/ 심리적 안전은 리더가 다 해줘야 한다??

리더의 역할은 분명 큽니다.

하지만 심리적 안전은 팀원 모두가 함께 만드는 것입니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팀별로 분위기가 다른 이유는,

결국 모두의 행동과 선택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작은 질문, 짧은 피드백, 침묵의 해소가 팀의 심리적 안전 문화를 시작하게 만듭니다.


결국 핵심은 조직 내의 솔직한 대화입니다.

AI, 자동화,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변화의 중심에는 여전히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중요한 것은 불편한 진실도 말할 수 있는 용기,

서로를 존중하는 경청, 실수에서 배우는 자세입니다.

“당신의 팀은 정말 솔직할 수 있나요?” 질문으로 돌아가 보아야 합니다.

그 물음이야말로 함께 성장하는 첫걸음이기 때문입니다.

“심리적 안전은 유행이 아니라,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지속적인 조건입니다. “

그리고 그것은 리더가 혼자서 외롭게 만드는 게 아니라 , 조직 구성원 전체가 만들어가는 문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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