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이라는 치유자

시간을 채워가는 나의 선택

by 최우형
465477206_18468869548048109_425151449458922722_n.jpg?stp=dst-jpegr_s1080x2048&_nc_cat=109&ccb=1-7&_nc_sid=127cfc&_nc_ohc=vqMARVHM4QIQ7kNvgHFQfnQ&_nc_zt=23&se=-1&_nc_ht=scontent-ssn1-1.xx&_nc_gid=A_dQjMu2hpxR8wR0KLoUmjb&oh=00_AYBfh8HqUUIM0snJVNWVVo8c26oT7Xm0fHMIAIVIRlgtuQ&oe=674520A1

20년 전, 삶의 무게에 짓눌려 누구에게라도 털어놓고 싶었던 날이 있었다. 용기를 내어 전 직장의 선배를 찾아가 내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절박한 상황에서 그저 한 마디의 위로나 해결책을 기대했던 나는 선배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시간이 10년 즈음 흐르면, 다 해결될 거야.”

그 말은 위로가 되지 않았다. 눈앞의 문제들은 내게 너무나 크고 당장 해결해야 할 것들로 가득 차 있었기에,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거라는 선배의 말은 막연하고 무책임하게 느껴졌다. 오히려 서운한 마음마저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상하게도 그 말이 자꾸 떠올랐다.


그리고 10년이 지나, 다시 또 10년이 흘렀다. 문득 선배의 말이 정말 맞았는지 돌아보게 됐다. 놀랍게도, 시간은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 주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잊힌 일들도 있었고, 어느새 해결된 것처럼 느껴지는 문제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시간이 지나서만 이루어진 것일까?

돌아보니, 그것은 시간이 나에게 준 여유 속에서 내가 스스로 만들어 낸 결과들이었다. 나는 어려움들과 맞서 싸우며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냈다. 때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때로는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들 앞에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 받아들이는 순간, 문제들은 더 이상 나를 짓누르지 않았고, 그렇게 잊힌 문제들은 서서히 사라졌다.


그제야 선배의 말속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될 거야”라는 말은 단순히 시간이 흘러가면 문제들이 저절로 풀릴 거라는 뜻이 아니었다. 그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나의 시선이 성숙해지고, 스스로 문제를 풀어갈 힘이 생길 것이라는 메시지였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결국 나의 몫이지만, 시간이 그 과정에서 나를 단련시키고, 나의 인내심을 키우며, 내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도와주는 조력자였던 것이다.


시간은 분명 놀라운 치유자다. 그러나 그 시간을 어떻게 채워나갈지는 나에게 달려 있다. 노력 없이 시간만 흘러간다면, 문제는 여전히 제자리일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준 여유 속에서 내가 부단히 노력하고, 문제를 직면하며, 스스로를 성장시킨다면, 그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오늘도 나는 삶의 고민을 안고 있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시간이 흐르면 잊힐 것들이 있을 거야. 그리고 네가 노력해서 풀어갈 수 있는 것들도 있을 거야. 시간을 믿어보고, 스스로를 믿어봐.”


시간은 단순히 흐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노력과 결심으로 채워나갈 때 비로소 진정한 치유자가 된다. 그렇게 시간은 내게 삶을 살아가는 방법과 더 나아가 나 자신을 믿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5.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게 건네는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