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돌아올 생각이라면, 떠나지 마세요.

by 최우형

동료들이 퇴사를 앞두고 저와 1on1을 하며 가장 자주 꺼내는 말이 있습니다.

“혹시 안 맞으면 다시 돌아오려고요.”

“사람들이 너무 좋아서요. 가서 일해보고, 아니면 다시 오면 되잖아요.”

그 말속에는 미련도 있고, 두려움도 있고, 정든 관계에 대한 애정도 담겨 있습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는 늘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강을 건넜다면, 돌아올 배는 태워버리세요.”

회사를 떠나면서 “다시 돌아올 수도 있죠”라는 생각은 내려놓는 편이 좋습니다.


냉정해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가장 솔직한 태도에 가깝습니다.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남겨두면,

새로운 회사에서는 온전히 몰입하기 어렵습니다.

조금만 힘들어도 과거와 비교하게 되고,

버텨야 할 순간에 “여기 아니어도 된다”는 생각이 먼저 고개를 듭니다.

그건 새로운 조직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결국 스스로에게도 불공정한 선택이 됩니다.

한 발은 여기, 한 발은 저기에 둔 채 시작하는 일은

어디에서도 깊어지기 어렵습니다.


저 역시 이직 후 처음 6개월 정도는 예전 동료들을 자주 만났습니다.

정이 있었고, 위로가 필요했고, 서로의 근황이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년쯤 지나자 자연스럽게 달라졌습니다.

이해관계로 이어져 있던 사람들과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이 조용히 구분되기 시작했고,

연락도, 만남도 점점 뜸해졌습니다.

억지로 끊은 것도 아니고,

누가 잘못해서 멀어진 것도 아니었습니다.

각자의 삶의 중심이 옮겨간 결과였습니다.

그리고 그건 실패가 아니라, 관계가 제자리를 찾는 과정에 가까웠습니다.


이직은 관광이 아니라 이주에 가깝습니다.

가볍게 다녀오는 경험이 아니라,

내 시간과 에너지, 신뢰의 방향을 다시 정하는 선택입니다.

돌아올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비로소 새로운 환경을 제대로 보게 됩니다.

새로운 환경에서의 사람도, 문화도, 일의 방식도 ‘평가’가 아니라 ‘이해’의 눈으로 보게 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완전히 떠난 사람들이 가장 좋은 관계를 남깁니다.

미련 없이 떠난 사람은 뒤에서 회사를 깎아내릴 이유도 없고,

새로운 자리에서 자신의 선택을 증명하려 애씁니다.

자신의 선택에 대한 치열한 증명의 과정에서 높은 성장의 기록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정말로,

다시 만날 인연은 그런 태도를 가진 사람에게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의도하지 않아도, 계산하지 않아도 말입니다.

떠날 때 가장 중요한 건 돌아올 자리를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선택을 존중하는 자세입니다.


강을 건넜다면, 뒤를 돌아보지 말고 앞으로 걸으세요.

그 선택에 책임을 질 각오가 되어 있을 때, 이직은 도망이 아니라 비로소 성장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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