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나 스스로도 어떻게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제법 있습니다.
아무리 성실하게 살아도 자존심 상할 일들은 생각보다 자주 찾아옵니다.
요즘은 그 속도가 더 빠릅니다.
생성형 AI는 거세게 밀려오고,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자리 역시 어떤 형태로든 바뀔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이런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지금 뭘 해야 할까요?” , “버티는 게 맞을까요, 옮기는 게 맞을까요?”
솔직히 말하면, 저 역시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들입니다.
다만 그럴 때마다, 여전히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방향은 비슷합니다.
답답해 보여도, 가장 오래가는 선택입니다.
"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꾸준하게 호기심을 잃지 않고 새로운 도구와 방식을 직접 써보는 것."
정성적이고, 어쩌면 너무 원론적으로 들릴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그 선택이 가장 멀리 가는 쪽에 가깝다고 느낍니다.
몇 주 전, 한 동료에 대해 “1on1을 해보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그는 이미 여러 차례 1on1을 했고, 추천을 받아 제게까지 오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연말과 연초마다 반복되는 이야기였습니다.
조직 변화에 대한 불안, 팀 이동과 이직 사이에서의 고민.
저는 한참 동안 말을 아끼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세요.”
이미 수없이 들어본 말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 말을 쉽게 버리지 못합니다.
26년을 직장 경험을 돌아보면, 안타깝게도 위기와 기회는 늘 같은 문으로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개인이 실험하고 실패할 수 있는 비용이 이렇게까지 낮은 시대는 없었습니다.
시도해 볼 수 있는 여지는 많고,
실패해도 다시 정렬할 수 있는 시간은 비교적 짧아졌습니다.
그래서 불안할수록 당장의 이동보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의 밀도를 먼저 높이는 선택이 결국 더 멀리 가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버틴다는 건 멈춰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맡은 역할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
남은 시간에는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해보고,
실패를 겪고, 동료들에게 피드백을 받는 것.
그 과정은 생각보다 큰 기회를 데려옵니다.
최선을 다하고, 버티는 것만큼 강력한 재능은 없습니다.
물론, 당장의 이동이 답일 수도 있고
조금 더 머무는 것이 답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하나입니다.
성실하게 쌓은 시간은 배신하지 않습니다.
1on1을 요청할 만큼의 간절함이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멈춰 서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흔들리고 있다는 건,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지금은 결정을 서두를 때가 아니라,
자신의 무게를 조금 더 키워도 되는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급류를 건너기 위해 허리에 돌덩이를 묶듯이 말입니다.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선택지는 생각보다 훨씬 또렷해져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불안 속에서도 오늘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언젠가 반드시 다양한 기회를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