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간 몸담았던 직장을 떠나 지금의 회사로 옮긴 시기는, 겨울의 한복판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했고, 익숙했던 언어와 리듬은 단번에 사라졌습니다.
그때 한 동료가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1년쯤 지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지금까지 해오신 방식이 이 회사의 인재상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그 말이 작은 안심이 되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몸은 생각보다 정직했습니다.
입사 후 3개월쯤 지났을 때, 극심한 내적 스트레스로 대상포진을 앓았고,
시카고 출장 이후 설 연휴에는 크게 몸살을 치렀습니다.
그 뒤로도 2~3년 동안 매년 인후염으로 크게 고생했습니다.
적응은 머리가 아니라 몸이 먼저 겪고 있었던 셈입니다.
그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상태로는 오래갈 수 있을까?”
그래서 체질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하루 두 시간 걷기였고, 그다음은 등산,
그리고 지금은 10km 러닝입니다.
일주일에 4~5번, 꾸준히 달립니다.
몸이 바뀌자, 예상하지 못한 변화가 하나 따라왔습니다.
바로 친절과 여유였습니다.
친절은 보통 여유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터프하게 일하는 환경에서는 그 여유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은 늘 빠르고, 기준은 높고, 긴장은 기본값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체력이 생기기 시작하자, 이상하게도 마음에 공간이 생겼습니다.
조금 늦어도 괜찮고,
한 번 더 설명해 줄 여유가 생기고,
상대의 표정을 살필 수 있는 숨이 붙었습니다.
어리석게도.... 직장생활 20년이 훌쩍 넘어서...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친절은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체력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것을요.
몸이 버텨주면, 마음은 덜 날카로워지고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집니다.
친절은 의지로 짜내는 덕목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결과였습니다.
지금도 저는 매주 4~5일 정도를 10Km 달립니다.
성과를 위해서라기보다, 사람으로서 덜 메마르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요즘은 경험으로 … 이렇게 생각합니다.
좋은 컨디션은 곧 좋은 태도이고, 좋은 태도는 결국 좋은 관계를 만든다는 것을…
지금 당신의 하루는 당신을 더 친절한 사람으로 만들고 있나요?
아니면 그럴 여유조차 앗아가고 있나요?
어쩌면 바꿔야 할 건 일의 방식이 아니라,
그 일을 버텨내는 나 자신의 상태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