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쯤, 죽전 데이터센터에서 프로젝트를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지친 마음을 달래려고 동료들과 커피를 마시러 근처 커피숍으로 향했습니다.
주문을 기다리며 줄에 서 있는데, 앞에 계시던 할머니 한 분이 커피를 주문하고 계셨습니다.
그때 주문을 받던 젊은 직원이 자연스럽게 말을 건넸습니다.
“오후마다 여기 자주 오시네요. 커피는 연하게 맞죠?”
할머니는 잠시 놀란 듯 웃으며 되물으셨습니다.
“어떻게 저를 기억하세요?”
직원은 망설임 없이 미소 지으며 답했습니다.
“그럼요. 기억하죠.”
그러자 할머니가 조용히 덧붙이셨습니다.
“이 나이가 되면요… 나를 기억해 주는 것만으로도 참 감사해요.”
그 대화를 바로 뒤에서 듣고 서 있으면서, 이상하게도 그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누군가 나를 기억해 준다는 것…
그리고 그 기억을 구체적인 말로 전해 준다는 것이
사람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그때 또렷하게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종종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주곤 합니다.
피드백이 막연하면 힘이 되지 않습니다.
칭찬이 빈말이면 금세 사라집니다.
“잘했어요”보다
“그때 정리해 준 덕분에 모두가 이해하기 쉬웠어요”가 오래 남고.
“고생했어요”라는 말보다는…
“미팅 전에 자료를 한 번 더 살펴봐 주셔서 정말 든든했어요”가 마음에 남습니다.
사소해 보일지라도, 구체적인 말은 사람을 오래 붙잡습니다.
칭찬은 꼭 성과에 대해서만 할 필요도 없습니다.
“요즘 엄청 젊어 보이세요.”
“운동하세요? 분위기가 좋아졌어요.”
“오늘 입은 청바지가 정말 잘 어울려요.”
이런 말들은 대단한 평가도, 업무 성과에 대한 인정도 아닙니다.
하지만 상대에게는 분명한 메시지가 됩니다.
‘나는 당신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는 신호입니다.
외모에 대한 이야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변화와 노력, 그리고 그 사람의 상태를 알아봐 주었다는 사실 그 자체입니다.
사람은 칭찬을 통해 “내가 잘하고 있나?”보다...
“나는 여기서 보이고 있구나”라는 감각을 얻습니다.
기억은 대단했던 이벤트가 아니라, 디테일에서 완성됩니다.
연하게 마시는 커피, 항상 늦게까지 남아 정리하던 습관,
미팅에서 조용히 분위기를 살리던 한마디,
요즘 조금 좋아 보이는 얼굴과 컨디션
그걸 알아보고 말로 전해주는 순간, 사람은 비로소 느낍니다.
“나는 이곳에서 의미 있는 존재구나.”
그래서 피드백은 구체적일수록 좋고,
칭찬은 사소하더라도 진심일수록 오래 남습니다.
그 한 문장이 누군가의 하루를 버티게 하고,
다음 시도를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거창한 격려보다,
기억되고 있다는 확신으로 훨씬 더 오래, 그리고 기꺼이 움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