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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아 Jul 19. 2018

M

안개 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M


Message  

이명세 감독이 어떻게 ‘M’이라는 영화를 만들게 되었는지에 대한 얘기가 실린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이명세 감독이  ‘첫사랑’ 찍을 무렵에 히치콕의 꿈을 꾸었다고 한다. 꿈속에 앨프리드 히치콕이 나타나서 자신에게 'M'이라는 책을 주었고  그는 도대체 그 ‘M’이 뭘까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뇌리에 스친 단어는 미스티(Misty)였다. 그때부터 그의 영화에 안개를 등장시키지 시작했다. 이명세 감독은 한마디로 자신은 ‘M’이라는 이야기를 “전송받았다”라고 말한다. 그것은 꿈일 수도 있고, 갑자기 떠오르는 깨달음일 수도 있으며, 지나쳤던 일상이 특별하게 보이는 순간일 수도 있다. 그는 그 안에서 질문한다. 그리곤 전송받을 때까지 기다린다. 이명세 감독이 자신의 영화를 스스로 평가하는 기준도 ‘전송(Message)’이다.



Memory

영화 ‘M’을 처음 보면 감독이 꿈에서 전달받은 메시지를 표현하려고 해서인지 모르겠지만, 현실과 꿈,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뚜렷한 구분을 가지고 있지 않는다. 현실인 줄 알았지만, 꿈이었고 꿈인 줄 알았지만, 알고 보면 현실이었고 현재인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상상이었고 또 그게 고스란히 미래의 상황으로 보인다. 이렇게 뚜렷한 구분도 맥락도 없다. 마치 누군가의 꿈 얘기를 듣는 것 같다.


‘M’에서는 민우라는 글 쓰는 작가가 나온다. 그는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로 신작을 써야 하는데, 글이 잘 써지지가 않는다. 시간에 대한 압박 때문인지, 그는 잠도 잘 못 자고 심지어 누군가 자기를 보는 듯한 이상한 기분도 들고 갑자기 구역질을 하기도 한다. 그런 그의 모습을 멀리서 걱정스럽게 지켜보는 보랏빛 옷을 입은 미미가 보인다. 미미는 민우를 짝사랑하는 존재로 힘들어하는 민우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 아파한다. 미미는 “난 당신을 '미스터 M'이라고 부릅니다. 왜냐하면 알파벳 M자에는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이 들어있기 때문이죠. 모딜리아니, 모차르트, 달 그리고 내겐 너무 크고 높고 빛나는 당신의 이름 민우”라고 말한다. 하지만 미미는 민우에게 닿을 수 없다. 민우도 그런 미미의 존재를 절대 알아챌 수 없다. 둘은 한 공간에 있지만 분리되어 있다. 미미와 민우가 만나게 되는 장소는 어두운 안개 낀 골목의 루팡 바이다. 나선형의 계단을 통해서 깊이 내려가야 하는 루팡 바는 긴 계단처럼 민우도 그의 깊은 내면세계로 내려가게 된다. 루팡 바에서 만난 미미는 민우에게  머릿속에 뱅뱅도는 이야기를 담배연기 내 뿜 듯이 뿜어보라고 한다. 민우는 이야기를 내뿜었고 둘은 꿈같은 시간을 보낸다. 전화 벨소리에 민우는 눈을 뜨고 미미와의 있었던 일들이 모두 꿈이 된다. 일어난 그의 손에는 미미의 머리카락이 있고 루팡 바의 성냥이 있지만, 그는 뭔가 있었던 일에 대해서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민우는 자신이 자꾸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 같다고 한다. 후반부에 민우는 과거의 동네에서 과거의 자신과 미미의 모습을 환상처럼 보게 되는 데, 그는 비로소 과거에 자신이 잃어버린 기억 한 조작, 첫사랑 미미의 존재에 대해서 기억하게 된다.



Mirror  

‘M’에서는 거울이 반복적으로 보이는데, 이는 영화 속에서 주인공의 꿈과 현실에 대한 경계의 모호성을 보여주며 또 더 나아가 내면의 세계로 깊이 들어가게 되는 것을 보여 준다. 거울은 영화에서 종종 사용되곤 하는데, 주인공의 자아 성찰이나 감독의 자기 반영을 표현하기 위해서 많이 사용된다. ‘M’도 역시 이로서 사용된다. 그러나 ‘M’에서는 거울을 보면 서로 마주 보고 있지만, 하나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고 하나는 반사된 모습을 하고 있다. 하나는 현실이고 하나는 그 현실이 반영된 꿈이라고 볼 때, 꿈과 현실은 같은 모습이지만 하는 실제고 하나는 그걸 반사한 모습일 뿐이다. 거울을 충분히 모호하고 헷갈리는 것에 대한 상징으로 사용했다고도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M’에서의  Mise en abyme(미장아 빔)에 대해서도 얘기해볼 수 있다.  



Mise en abyme

‘미장아 빔(mise en abyme)’은 ‘심연으로 밀어 넣기’라는 의미를 가진, 문학과 예술 분야에서 사용하는 기법이다. 거울 속의 거울이 무한 반복되듯이 문학과 예술 분야에서 무한 반복의 미(美)를 표현한 것이 미장아 빔이다. 예를 들면 영화 <인셉션>에서 인간의 꿈속에 또 다른 꿈이 무한 반복되는 것을 들 수 있다.


‘M’에서 미장아 빔의 효과가 가장 두드러지는 장면은 일식집 씬이다. 출판사 사장과 은혜의 아버지를 만나는 공간으로 영화에서 3번에 거쳐 반복적으로 나오는 공간이다. 하나의 공간 안에 3개의 벽면이 존재하고, 그 벽면마다 일식집 내부의 모습과 같은 액자가 걸려있다. 이 공간에서는 출판사 사장님과의 상황에서 상상과 현실이 넘나 들며 반복되는데, 은혜의 아버지와 만날 때와 출판사 사장님과 만났을 때가 같은 상황이 인물만 바뀐 체로 반복된다. 민우는 은혜 아버지와 출판사 사장님과의 인물이 같은 행동을 하는 것과 이것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일식집 공간은 그 안에서 벌어지는 무한 반복적인 액자를 중심으로 연결되어 반복되는 등, 독특한 장면이 연출된다. 이처럼 ‘M’에서 일식집 공간은 그 모습처럼 현실과 상상을 이어주고 그 안에서의 사건이 반복된다.



Misty

끝으로 ‘M’은 ost 곡인 boa의 ‘안개’인데, 이는 장훈희의 1987년도 ‘안개’라는 음악을 리메이크한 걸로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보아의 노래가 영화의 분위기에 맞게 몽환적이고 더 구슬픈 느낌이 든다. 영화'M’에서 'M'을 지칭하는 것이 민우의 입장에서 미미의 ‘M’이기도 하지만, 미미의 입장에서 민우의 ‘M’이기도 하다. 미미와 민우는 서로 보일 듯 보이지 않고 닿을 듯 닿지 않는다. 그리고 ‘M’이라는 영화 자체도 우리에게 의미가 희미하게 보일 말듯한다. 우리에게 보여주지만, 온전하게 다 보여주지 않으며 뚜렷함은 없지만 그렇다고 없는 것은 아니다. 'M’은 안개 같은 영화이다. 보일 듯 닿을 듯 하지만, 만져지지 않고 거리조차 가늠할 수 없는 그런 안개다.



ost곡 boa의 ‘안개’

https://youtu.be/Fi7UL74IwR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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