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각인

by 오아

어릴 때,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를 동생이 사 왔다.

동생은 병아리를 집에 두고 바로 나가버렸다.


모성애 없는 동생 대신에 병아리 밥을 주려고

식탁에 서서 모이를 작은 그릇에 쏟고 있었다.


갑자기 발등이 간질간질하고 따뜻했다.


고개를 내려 보니 병아리가 발등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간지러워서 바닥으로 내려놓으면 쫓아와서 올라왔다.

이걸 몇 번 반복한 뒤, 나는 발등에 병아리를 올린 채 뒤뚱뒤뚱 걸어 다녔다.


너무 귀여웠다.

나를 엄마로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밤이 되자 그 작은 몸이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웅크린 채 애쓰고 있었다.

엄마는 병아리는 털이 있으니까 베란다에 둬도 된다고 했다. 나는 왠지 안될 거 같았지만 이유를 될 수가 없었다. 결국 병아리는 베란다로 나가게 되었다.


밤새 이불 속에서 병아리의 삐약 소리를 들었다.

소리가 나면 살아있다고 안심했다가 잠시라도 소리가 안 들리면 놀라서 몸을 일으키기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잠이 들어버렸다.


아침이 되었을 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병아리는 나한테 각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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