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은 아베코보의 ‘모래의 여자’이다.
이 책이 좋은 이유는 내가 엄청 애쓰고 있는 것들을 다 무기력하게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이 책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남자가 행방불명 되었다는 거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모래로 곤충채집을 하러 온 남자가 모래 구덩이 속에 있는 집에 갇히게 되고 매일 새벽 모래를 퍼서 나르는 그 무의미한 행동을 하게 된다. 남자는 그가 처한 상황이 인간으로서의 삶이 아니라 생각하고 탈출을 하려고 한다. 몇 번 탈출 시도를 하지만 다 실패한다. 결국, 남자는 모래 속의 삶에 나름의 적응을 하고 유수 장치까지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탈출할 여건이 생겼을 때 남자는 탈출하지 않는다.
이 소설에서 재밌는 점은 주인공은 현실에서 도피로 모래로 왔지만, 또 모래에 있으니 현실로 돌아가려고 애를 쓴다는 것이다. 그리고 점점 현실과 모래 구덩이의 경계가 모호해진다는 것이다.
아마도 우리는 스스로 엄청난 삶의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자부하면서 구덩이 안에서 모래를 퍼내는 일을 매일같이 반복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 지루하고 의미 없는 반복에 마침내 길들여지고 익숙해져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하고 만족하게 되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