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예상한 답변

by 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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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부터 답답하고 생각이 많아지면 머리를 잘랐다. 그래서 단발인 경우가 많았다.

한동안 긴 머리였는데, 뭔가 지겨워서 오랜만에 미용실에 갔다.


머리를 자르는 동안에 언제나 그렇듯 미용실 언니가 상냥하게 대화를 건다.


학생이냐고 물어봤다.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럼 직장인이냐고 물어봤다. 아니라고 대답했다.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미용실 언니는 예상된 답변에서 자꾸 어긋나게 대답이 와서 당황스럽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졸업한 지는 얼마나 되었는지, 어떤 일을 했었는지, 언제 퇴사를 했는지에 대해서 장황하게 말해줬다.


장황하게 말했지만, 그냥 백수라는 말이다.

아르바이트하고 있으니까 반백수라고 해야겠다.


이 나잇대에는 학생이나 직장인, 대학원생 등 몇 가지 예상된 프레임들이 있다.

그 예상된 답들에서 벗어나는 순간 사람들은 당황한다. 또 물어본 걸 미안해한다.


사람들의 미안해하고 당황하는 표정을 보는 것은 여전히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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