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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관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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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 Jul 17. 2023

7월 17일. 늪

일기 첫 장

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매일매일 부정적인 감정의 늪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있었고, 더 깊이 잠기기 싫어 주변 아무 줄을 붙잡듯 여러 가지에 손을 뻗어댔다. 내가 쉬지 못해서 그럴 거라는 마음에 취직 후 손대지 못한 게임들을 무작정 해보기도 하고, 스스로 뭔 가 이루었던 경험이 오래되어서 그렇다 위로하며 뜬금없이 요리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나를 늪에서 끌어올리지 못했다. 잡는 족족 얼마 못 가 뚝. 툭. 끊어졌고 난 또 내려가고 있었다. 포기하기 싫고 인정하기 싫었지만 그게 내 현 상태였다.

평소처럼 침대에 잠겨 핸드폰을 보던 중, 매일 아침 2분 동안 자기 암시를 도와주겠다는 영상을 봤다. 여전히 새로운 줄을 갈구하던 나는 홀린 듯 영상을 재생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복합적인 감정이 차올랐다.


"나는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래. 그래서 이렇게 손을 뻗어대고 있지.'

"나는 대체불가능한 사람이다."

'그런가... 취직 전에는 그렇게 생각한 것 같기도 한데. 솔직히 아니지 않나?'

"나는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어렸을 때 그런 친구처럼 되고 싶었어. 실제로도 그랬는데.'

"나는 원하는 일을 하며 행복하다."

'처음에는 이 일을 시작하며 행복했는데... 지금은? 전혀는 아니지만 행복하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겠다.'


영상 속에는 내가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가득했으나 내 마음속에서 나오는 답들은 거기에 공감하지 못했다. 영상이 끝나고 그 유튜버의 다음 영상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누가 봐도 전문적으로 보이는 나이 지긋한 분과 그 유튜버가 인터뷰를 하고 있었는데 그분의 영상 속 말이 나에게 박혀왔다.

"자신의 감정을 글로 쓰세요.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며 컨트롤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자신의 불안도, 부정적인 것도, 좋아하는 것도 쓰세요. 그래야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걸 찾아야 좋아하는 일을 하죠. 무턱대지 말고 하나씩 하나씩. 차근차근하는 거예요. 그러기 위해 글을 쓰세요."


아. 이것이었다. 나는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에 대한 생각이 점점 줄어가고 있었다. 점점 삶을 살아가면서 내 삶의 모든 것은 해야 하는 것과 안 해도 되는 것으로 나뉘고 있었다. 삶은 결국 살아야 하는 것뿐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해가고 있었다. 스스로 좋아하는 삶이 아니니 우울하고 절망적인 늪 일 수밖에.

그래서 결심했다. 저분의 말을 따라 해 보기로. 내 스타일의 일기를 적어 천천히 내 삶을 관조해 보기로 했다. 더군다나 나는 글을 쓰는 것을 예전부터 퍽 좋아했으니, 이 행위 자체가 몇 안 되는 나의 좋아하는 일이자 내 삶을 회복시키는 행위가 될 것이다.


나는 지금 출근 시간 전철 속에서 글을 쓰고 있다. 앞으로도 종 종 20분 남짓 한 이 시간 속에서 내 삶을 관조하고, 회복하려 한다.


이 행위가 깊게 유지되어 언젠가는 늪 밖에서 웃으며 읽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7월 17일 회사 앞에서 급하게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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