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관조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우 Jul 18. 2023

7월 18일. 비와 나

두 번째 일기장

문 앞에 선 내 앞에는 비가 기다리고 있었다.


첫 글을 쓰고 나서 다음 글은 어떤 내용들로 적을까 고민하는데 조금의 시간을 사용했다. 어떤 내용으로 써야 제목에 맞게 스스로를 관조할 수 있을까. 잠시 생각 후, 매 글마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하나는 담아서 적어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물론 어떤 날에는 둘 중 하나의 내용만 담길 수도 있다. 글을 쓰는 것에 부담이 될 만한 것들은 최대한 내려놓는 것이 나만의 이 작은 프로젝트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오늘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알람 소리 두 번에 눈을 뜬 후 내리는 비 소리가 다시 내 눈을 닫게 하는 것을 느끼며 생각했다. '아, 오늘도 비가 오는구나.'

저번 주부터 시도 때도 없이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비를 좋아하지 않는다. 명확히 말하자면 오늘의 싫어하는 대상은 비다.

비가 오는 날에는 아침에 일어나기도 힘들고 나가는 것도 싫다. 친구 중에는 비 소리가 좋다는 말을 하는 이가 있었으나 그런 백색 소음 따위로 저 쏟아지는 녀석들이 좋아질 수 없었다.

무엇보다 비는 진정으로 나를 고립시킨다. 자취를 시작한 이후부터 혼자라는 외로움과 함께 살았지만 , 비가 내리는 날에는 문 밖의 세상도 연결이 끊어진 느낌을 받는다. 물론 실제로 전혀 그렇지 않지만 기분이 그렇다는 것이다.


비보다는 눈이 좋았다. 눈이 내리는 날은 차도 비교적 적어 조용하고 그 천연 방음제는 세상을 조용히 만들었다. 그것들 마저 뚫고 들어오는 아침을 살아내는 사람들의 소리는 싱그럽기 그지없었다. 겨울과 싱그러움이라는 어색한 조합은 나에게 이때 가장 어울렸다.


흔히들 말한다 좋아하는 것에는 이유가 없다고. 이 말은 보통 대상이 사람일 때, 사랑일 때 자주 말하지만 무릇 다른 것들에게 똑같이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위에 눈에 대한 애정의 이유를 썼지만 굳이 따지자면 내가 왜 눈을 좋아할 까 굳이 분석한 것에 가깝다.

그에 비해 싫어하는 것에 이유가 없다는 말은 난 공감하지 않는다. 내 인생의 싫은 사람은 싫은 생각과 행동이 있었고 그것들이 쌓여 싫게 되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싫은 사람이 될 수 있었겠지. 아, 이 소재는 다음에 적겠다. 좋은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본 주제로 다시 옮겨가자면 비는 나를 고립시켜서 싫고, 안 그래도 수동적인 나를 꼼짝 않고 있게 만든다. 그리고 비가 내리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모든 소통을 단절시킨 비가 말을 걸어온다.

'나는 그리 대단한 존재가 못 돼.' '나마저도 핑계로 쓰는 네가 보여 싫은 걸 왜 나한테 그래?'


그래. 그래서 비가 싫은 거야. 요즘 들어 비가 계속 내리고 있어서 싫고, 그게 내 눈에 차서 싫은 건 자기 마음에 차서 싫은 건지 모를 정도여서. 맞는 말을 보고 불편해하는 감정이 차올라서 싫은 거야.


이 일기를 통해서 나를 세상과 더 가까워지게 하는 내 바람의 문이 있었다. 문 앞에 선 내 앞에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7월 17일. 늪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