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 라면
할 줄 아는 거라곤 라면 끓이는 것밖에 없던 당신은,
감기몸살에 몸져누워 버린 엄마에게 냉이가 들어간 라면을 끓여주었어요.
침대에 누워 끙끙 앓고 있는 엄마에게
쟁반에 받친 양은 냄비를 들고 방으로 들어왔죠.
철부지 없는 어린아이는 자기 몫의 라면도 아닌데,
냄비에 코를 박았어요.
냉이 두 뿌리를 넣으면 건강한 음식이라도 되는냥 흉내 낸
그 라면이 엄마의 감기를 낫게 해 줬어요.
당신이 라면에 냉이를 넣은 것을 보니,
아마 봄이었나 봅니다.
냉이 라면은 물을 많이 넣어 약간은 심심했고,
냉이 향이 가득했어요.
머리가 크고 나서 몇 번 냉이 라면을 먹기 위해 시도했지만
그 라면 맛이 나질 않네요.
그 냉이 향과 국물 맛이 나지 않아,
해 먹을 수 없는 아주 어려운 음식이 되었어요.
가장 좋아하는 라면을 고르라면
항상 당신이 그날 끓여준 냉이 라면을 말하곤 했는데,
더 이상 맛보지 못하는 아쉬움 반,
기억 속 냉이 향 한 줌이 코끝을 움찔하게 만들어요.
라면 하나로 행복했던 그날,
당신은 아마 감기약 대신이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