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처음에 육아휴직이란 단어를 꺼낸 것은 아내였다.
“자기야, 내년에 육아 휴직할래?”
유치원 교사인 아내는 3년이나 육아휴직을 하고 복직한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아내가 육아휴직을 한 기간 동안 나 혼자서 의 월급으로는 4인 가족의 생활이 쉽지 않았다.
생활비로 꽤 많은 빚을 졌고 아내가 복직하며 이제야 거의 다 갚아가고 있는 참이었다.
그런 상황에 다시 육아휴직이란 말을 들으니 내 머릿속엔 가장 먼저 생활비가 떠올랐다.
“돈은?”
우리 집 사정을, 아니 나를 너무 잘 아는 아내는 자기가 오늘 전해 들었던 놀라운 정보를 250만 원 정도 복권에 당첨된 사람처럼 상기된 얼굴로 얘기했다.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 제도라는 게 있대.”
아내는 그 제도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은 나를 위해 친절하게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보여주었다.
뉴스에 의하면 ‘같은 자녀에 대해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 두 번째 사용한 사람의 육아휴직 3개월 급여를 통상임금의 100%로 상향해 지급하는 제도다.
단, 휴직급여의 상한액은 남자의 경우 250만 원이다,’
이 뉴스를 보고 나니 갑자기 내 머릿속엔 육아휴직을 해야 하는 수많은 이유들이 삐죽삐죽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250만 원이면 내 월급과 비슷하다.’
‘그것도 3개월 동안이나 받을 수 있다.’
‘14년 교직생활 동안 전담교사 한 번 해보지 못했다. 줄곧 담임만 맡아왔다.’
‘첫째 아들 입학식을 담임이라는 이유로 가보지도 못했다.’
‘내년에 둘째 아들이 초등학교 입학인데 아직 한글에 관심이 없다.’
‘법적으로 돈 받으며 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그리고 갑자기 TV광고에서 본 듯한 장면이 떠오른다.
아침에 일어나 간단한 토스트나 시리얼을 준비하고 아이들을 깨운다.
절대로 아빠가 입힌 것 같지 않게 전날 밤 준비한 단정한 옷을 입힐 것이다.
나는 아들과 장난을 곁들여 학교까지 배웅한다.
집으로 돌아와 커피를 먹으며 여유 있게 소파에 앉아 인간극장을 본다. 이제 처갓댁에 가면 장모님과 인간극장에 나온 8남매를 키우는 부부 이야기에 대해서 맞장구치며 얘기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커피를 다 먹은 후 소파에 누워 모자란 잠을 청한다.
아침에 먹는 커피는 잠도 잘 온다.
맛있는 걸 본 것도 아닌데 괜히 입에 침이 고인다.
아이들의 의견도 중요하니 아들 둘을 불러 물어봤다.
“얘들아, 아빠가 육아휴직을 하려고 하는데 너희들 생각은 어때?”
“육아휴직이 뭔데?”
“아빠가 너네 돌보려고 학교를 잠깐 쉬는 거야.”
“그럼 학교 갔다 오면 아빠가 집에 있는 거야?”
“응, 물론”
“학교 마치고 친구들 초대해도 돼?”
“음... 가끔은 그것도 괜찮지. 친구랑 우리 집에서 같이 놀고 싶었구나”
“난 아빠가 쉬는 거 좋아.” , “나도 좋아.”
마지막으로 첫째가 한 말
"아빠, 그동안 고생했으니까 좀 쉬어도 돼."
그 말을 마음속으로 몇 번 되뇌었을까?
아내는 내 얼굴을 보자 모든 것이 결정된 듯 한마디 했다.
“단, 집안일은 열심히 안 해도 되니까 아이들과의 관계만 안 좋아지지 않게 잘해!”
“그야 당연하지. 둘째가 초등학교에 적응할 수 있는 6개월 정도만 하자”
이렇게 내 생애 첫 육아휴직이 확정되었다.
육아휴직을 하기로 마음을 정한 뒤 나에게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 뭘 할까?’
갑자기 6개월이란 기간이 짧게만 느껴진다. 그래서 다들 1년은 하라고 하는구나.
조조할인 영화도 보고, 도서관에 가서 책도 마음껏 빌려 보고, 영어 공부도 하고... 그런데
육아휴직이라는 이름이 주는 거룩한 부담이 나를 압박한다.
육아, 육아, 육아,
사실 아이들이 커서 육아휴직이라는 이름보다 ‘아이 돌봄 휴직’이라고 이름 붙이는 게 나을 것 같다.
이것 봐라. 이제 휴직 이름까지 바꾸고 싶다.
어쨌든 아이들을 잘 기르라고 나라에서 그것도 휴직하는 남자에게 더 많이 돈을 주는데 육아휴직을 나를 위해 쓰는 것 같아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든다.
‘6개월이란 시간 동안 나와 내 소중한 아이에게 의미 있는 그 무엇을 해야 이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을까?‘ 떠올려 보니 글이 좋겠다.
평소에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해 반 아이들 학부모님께도 편지 형식으로 나의 교육 철학, 반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
고 있는지,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성장해 가고 있는지 등을 보내드려 많은 호응을 얻기도 하였다.
그렇게 글을 통해서 부모님도 교사의 생각을 알 수 있었고, 나도 내 글을 통해 나를 반성하기도 하고 답글을 주시는 부모님께 위로와 응원을 얻기도 했다.
그렇게 육아 휴직 기간 동안 아이들과의 일상을 글로 사진으로 기록하자는 생각에 다다랐다.
아이들과의 매일매일을 기록하고, 남기고, 추억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차차 고민해보면 되고.
육아 휴직이니까 아이들과 더 행복하게,
아내 말대로 아이들과 관계가 더 좋아지게.
6개월 동안 우리 가족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까?
6개월이 지난 후의 나에게 말하고 싶다.
그동안 너도 행복했냐고.